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2주 안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적 해법을 우선적으로 모색하되 이란이 거부할 경우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날이 갈수록 격화하는 데다 트럼프의 경고가 외교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시한 내 협상 타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협상이 진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춰 2주 안에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주 내에 이란이 핵 협상에서 핵무기 개발 포기 등 유의미한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 미국이 군사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앞서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이란 공습 계획을 승인했으며 현재 이란의 대응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며 제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2주의 시한을 내놓으며 특유의 ‘협상가’ 기질을 드러낸 셈이다. 자칫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지하 핵시설 타격의 현실적인 한계, 국내 지지층의 반대 등을 감안해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통해 간접 협상을 이어왔고 이란 역시 서방 등 제3국을 통해 협상 의사를 밝혔다.
관건은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느냐다. 레빗 대변인은 “합의를 위해서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무기 개발 능력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위트코프 특사가 이란에 전달했으나 이란이 거부한 제안이 현실적이며 수용 가능한 안”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우라늄 농축 전면 금지, 지하 핵시설 가동 중단, 국제 컨소시엄을 통한 핵연료 제공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C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포르도 지하핵시설 불능화가 이란 핵 개발 저지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란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이 시설을 파괴하기를 기대하며 최종 결단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란과 유럽 3개국(영국·독일·프랑스) 간의 외교장관급 핵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군의 개입 시점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원전 공격 위협과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집속탄(확산탄) 사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핵시설에 이어 부셰르 원전까지 공격했다고 발표했다가 곧 정정했지만 원전 타격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상태다. 부셰르 원전은 러시아와의 합작으로 건설된 핵발전소로, 공격이 이뤄질 경우 걸프 해역 인근 국가들의 식수 오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란도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 집속탄을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속탄은 민간인 피해 우려가 커 국제적으로 금기시되는 무기로, 양측의 무력 충돌은 통제 불가능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테헤란에서는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자국민 대피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주’라는 표현 자체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외교·무역 현안에서 ‘2주 시한’을 반복해 사용했으나 기한을 넘기거나 실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2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해당 시한이 지나도 대응은 없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핵 프로그램 강행을 고집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보다는 미군의 개입을 선택하고 공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군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등 군용기 일부를 이동시키고 제5함대 모항인 바레인항에서 함정 일부도 옮기는 등 만에 하나 있을 이란의 공습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사흘째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 중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전까지 주요 안보 참모들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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