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업황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개별 호텔들은 인력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호텔업계 전반적으로 인력이 줄어든 데다, 그나마 남은 직원들은 서울 수도권 위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호텔 객실 점유율이 치솟는 등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주요 호텔들은 객실료를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40~50% 비싸게 판매하면서도 70~80%의 높은 객실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올들어 4월까지 누적 558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은 덕분이다. GS그룹 호텔 파르나스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올 1분기 81%의 객실 점유율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객실 수요를 감당할 만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접객을 중심으로 객실관리, 조리 등 현장 전문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퇴직급여가 전년 대비 무려 180% 증가했다. 이직 증가로 인한 퇴직금 증가와 작년 통상임금 기준 변경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 기준이 변경된 영향도 있다”면서도 “수시 채용으로 인력을 상시 채용 중이며 직원들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호텔은 더 심각하다. 재정적으로 탄탄하고 위치적 선호도가 높은 서울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신라의 신라모노그램 국내 1호점이 다음달 신규 오픈하는 강릉·속초·양양 지역은 직원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브랜드 호텔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직원들을 스카우트해가고 있어서다. 해당 지역 호텔 관계자는 “이직이 팀 단위로 이뤄져 중간 관리 매니저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호텔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파르나스는 지난달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채용박람회 ‘파르나스 커리어 페어’를 개최했다. 신규 직원 200여명을 채용하기 위한 행사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젊은 구직자들은 화려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노동 강도가 세고 보수는 낮은 호텔 취업을 점점 꺼리는 추세”라며 “인력 부족 문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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