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 조각 생산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해진 현실, 이윤이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시대 속에서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은 오늘도 철탑 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향해 마지막 호소를 외치고 있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봉은사 법왕루에 말없이 고통받는 이들을 돌아보라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법문이 울려 퍼졌다.
진우 스님은 이날 봉은사에서 연 ‘평등세상을 위한 사회적 약자 초청 특별법회’에서 제주항공 참사, 태안화력발전소 작업자 사망, 제빵 공장 노동자 사망 등 참사와 산업재해를 거론하며 “어떤 죽음은 너무도 부당하고, 어떤 생명은 너무도 쉽게 버려지고 있다”고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세태가 낳은 문제를 지적했다.
법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청소노동자, 콜센터노동자, 요양보호사, 세월호·제주항공 참사 유족, 아리셀 전지공장 화재 사망자 유족,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노동자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씨, 쪽방촌 활동가, 이주노동자, 고공 농성 노동자, 성소수자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나 이들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 40명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23일 총무원장 취임 1000일을 맞는 진우 스님은 “돌봄 노동자, 이주노동자, 감정노동자, 택배 노동자, 플랫폼 배달 기사 등 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필수 노동자들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열악한 조건 속에 내몰려 있다”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 치매 부모를 돌보며 생계와 삶의 무게를 동시에 짊어진 가족들, 전세 사기로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은 청년들, 이들은 결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숨 쉬는 ‘우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교는 생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종교”라며 “혐오와 차별의 칼끝이 가장 잔인하게 향하고 있는 성소수자들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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