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24~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각종 시급한 외교 현안 논의를 위해 이 대통령은 최근까지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무게를 뒀지만 급격한 중동 정세 악화로 결국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왔다”며 “하지만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타 정부 인사의 대참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22일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최종 결정한 데는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며 직접 개입하는 등 중동 전황이 긴박해지고 있는 게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실용 외교 드라이브도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상이 예년과 달리 불참하면 ‘한국 외교 노선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의 참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통령실도 실용 외교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 외교정책 방향에 맞춰 당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쪽으로 하고 준비해왔다.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통해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세 협상, 여기에 국방비를 5%로 높여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 등에 우리 측 입장을 잘 전달한다는 목표로 참석을 추진해왔다. 게다가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증가 계획에 따른 대선 공약인 K방산 수출 확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유럽연합(EU) 회원국과의 다자간 정상회의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불투명한 상황까지 왔다. 특히 이번 사태로 수출 등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어 일단은 산적한 국정 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기기로 가닥을 잡고 불참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이란 핵시설 공격 사실을 밝힌 뒤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 등을 감안해 막판 고심 끝에 결국 불참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불참으로 10월 말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7~8월 중 워싱턴DC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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