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 지구본 형태의 청동 구형 조각 시리즈 ‘천체 안의 천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아르날도 포모도로가 별세했다.
포모도로 재단은 23일(현지 시간) 포모도로가 99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전날 밀라노의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칼로타 몬테벨로 재단 디렉터는 “예술계는 가장 권위 있고 명철하며 비전 있는 목소리 중 하나를 잃었다”며 “거장은 엄청난 예술적 유산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포모도로는 1926년 6월 23일 이탈리아 몬테펠트로에서 태어났다. 구체 조각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 세트, 조경 프로젝트, 기계 조형물 등 다른 디자인 작업도 활발하게 했다.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오클랜드 밀스칼리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포모도로를 세계적인 조각가 반열에 올려놓은 ‘천체 안의 천체’는 광택이 나는 매끈한 외형과는 달리 내부가 상처를 입은 듯 거칠게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생전에 이 작품에 대해 외부의 표면적 완벽함과 내면의 복잡한 혼란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조각 시리즈는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이 가장 잘 알려졌지만 이탈리아 외무부를 비롯해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칼리지 등에도 설치돼 있다.
포모도로의 별세 소식에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추모의 뜻을 전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그의 인상적인 작품들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 전시됐고, 현대 조각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며 “예술계에 큰 공백을 남긴 그의 별세에 공화국을 대표해 유족과 제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멜로니 총리 역시 “그는 이탈리아의 정신을 조각해낸 거장이었으며 그의 예술은 전 세계에 이탈리아의 창의성과 위상을 빛냈다”고 애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