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는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시니어 이슈 분석 학회 ‘Senior_Future’와 함께 ‘시니어이슈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니어이슈기자단은 고령화에 따른 사회 변화와 이슈를 짚어보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2067년에는 인구의 46.5%가 노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시니어 이슈를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봐야 할 때가 된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시니어이슈학회는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청년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시니어를 단순한 ‘돌봄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삶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시니어를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 보고, 세대 간 협력을 통해 시니어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학회는 지난 3월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제7기 세션을 시작, 같은 달 29일부터 매주 만나며 △학술 에세이 작성 △독서 토론 △세대 간 교류 프로젝트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 청년들은 각자의 관심 주제를 중심으로 고령사회 관련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 직접 조사·토론하며 해결 방안을 구체화했다.
‘복지 중심’ 넘어선 시니어 삶 설계
청년들은 단순한 복지 중심의 시선을 넘어, 금융·주거·건강·여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니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먼저 금융 분야에서는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피해 예방, 자산관리 체계 구축, 퇴직연금 수령 방식 개선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한 조는 금융 교육 프로그램 ‘머니헬퍼(MoneHelper)’ 사례를 분석, 시니어가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실습형 교육 방식을 제안했다.
또 다른 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산을 자동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기술을 시니어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예컨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 시기에 개인의 투자 성향과 생활비 수준에 따라 자산을 자동 분배·운용하는 기술을 활용하자는 것. 일부 조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포인트 적립이나 소소한 수익을 얻는 ‘앱테크’ 활동을 중심으로 한 금융 교육 방안을 제시하며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주목했다.
김승은 학회원은 “시니어의 경제적 안정성 확보는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과제”라며 “현대의 시니어는 단순히 안전성만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 필요에 맞춘 자산 관리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기술이 다가 아니다…더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헬스 리터러시 격차, 돌봄로봇·웨어러블 기술 활용, 치매 예방 정책 개선 등 고령층의 건강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특히 단순 기술 제공을 넘어 시니어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안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우철웅 학회원은 보건복지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운영 현황을 분석, 치매 예방 앱 홍보 강화와 치매안심센터 교육 확대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는 “2025~2030년 중장기 치매관리 계획에서도 홍보와 실질 활용에 대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정서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립된 노년을 정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물리적 공간이 곧 사회적 관계망”
주거 분야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안전하고 의미 있게 영위할 수 있는 주거 모델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커뮤니티 기반 주거 모델, 의료·복지·생활지원이 통합된 ‘통합돌봄 정책’, 시니어들의 은퇴 후 전환기를 반영한 주거 공간 설계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일부 조는 시니어와 중장년층이 함께 살아가는 다세대 공동체 주거 모델을 제시하며 공용 식당·커뮤니티 공간·텃밭 등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구조가 시니어 고립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공간이 곧 사회적 관계망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혜연 학회원은 “국내 시니어 리빙 시장은 요양시설 중심의 공급에 편중돼 있다”며 “건강하고 활발한 ‘엔트리 시니어’가 늘고 있는 만큼 자율성과 안전성을 갖춘 ‘중간 단계 주거모델’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니어, 새로운 문화적 주체
여가 산업 분야에서는 시니어의 문화 소비와 여가 활동을 보다 주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닌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은퇴 이후에도 삶의 활력을 지속하는 수단으로 여가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시니어들의 유튜버 활동, 디지털 콘텐츠 소비, OTT 플랫폼을 통한 여행 콘텐츠 이용 사례 등을 분석했다.
한 조는 시니어 모델 활동 사례를 소개하며 ‘나이듦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희 학회원은 “시니어의 문화적 주체성이 여가 생활에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인식해야 여가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동훈 시니어이슈학회장은 “청년들이 다양한 시니어 이슈를 실천적 과제로 삼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이런 활동들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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