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을 올려준다면 전역 안 하지 말입니다.”
“병장 월급은 205만원인데 하사는 세후(월급) 겨우 200만원 초반 수준입니다.”
“병사들은 식비가 공짜인데 하사는 식비가 나가기 때문에 30만원 더 적게 받는 셈입니다.”
軍 전력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중견간부들은 금전적 보상에 대한 불만으로 조기 전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중견간부 이탈 방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의 1순위로 ‘봉급·수당의 인상 등 금전적 보상 확대’로 뽑을 만큼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교나 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처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김영곤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최근 ‘중견간부 이탈 증가의 원인과 개선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군을 떠난 간부는 총 9481명으로 2022년(7639명) 대비 약 24%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5년 이상 10년 미만 복무한 중기복무 간부들이 406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2014년 대비해선 2023년 직업군인 전체 전역 숫자는 약 50.1%가 늘어났다. 장기복무 제대군인은 약 45.5%, 중기복무 제대군인은 약 56.7%가 증가했다. 특히 5년 이상 10년 미만 복무한 대위·중사급 간부들의 전역 숫자가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전군 장기복무 간의 희망 전역 수는 2019년 2577명에서 2020년 2440명, 2021년 2297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22년 2948명, 2023년 3764명으로 급증하면서 5년간 연평균 약 2805명을 상회하며 조기 전역 인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계급별로 살펴보면, 중사의 경우 2020년 480명에서 2021년 430명, 2022년 580명, 2023년 920명, 2024년 1140명으로 희망 전역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상사 역시 2020년 290명에서 2021년 230명, 2022년 310명, 2023년 480명, 2024년 810명으로 희망 전역 수가 꾸준히 빠르게 늘고 있다.
또 다른 통계 자료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15일 공개한 ‘최근 5년 1분기 육군 부사관 희망전역 및 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년이 남았지만 전역을 신청한 부사관은 2021년 315명에서 2022년 318명, 2023년 441명, 2024년 569명, 올해 668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게다가 휴직 신청 부사관도 2021년 1분기 527명에서 올해 1분기 1276명으로 142% 가량 늘었다.
무엇보다 신규 임용 부사관과 병 의무복무기간 만료 후 하사로 연장해 복무하는 임기제부사관 임용은 급감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국방부의 ‘최근 5년 1분기 육군 부사관·임기제부사관 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규 임용 부사관은 2021년 1분기 2156명에서 올해 1분기에는 749명으로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신규 임용 임기제부사관 역시 2021년 1분기 1493명에서 올해 523명으로 약 65% 급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관 5년 차 이상 간부 중 희망 전역 예정자들은 희망 전역을 결심한 이유로 △업무 강도 대비 낮은 금전적 보상 수준(22.54%) △부대관리·행정업무 위주로 복무의 보람 상실(20.14%) △병 봉급 상승 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10.55%) △근무지 이동으로 가족과의 별거(9.59%) 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중견간부 이탈 저감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금전적 보상 강화 △병 복무 책임 확대 △행정·민원 과중 완화 △가정친화 인사 △연금불안 해소 등을 제시했다.
다만 간부들이 금전적 보상을 최우선으로 원하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의 즉각적 추진에는 한계가 있어 비예산 사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병사 급여 인상에 따른 중견간부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병 복무의 책임성을 높이고 당직근무 등 간부 업무를 일부 병에게 이양하는 등 복무 체계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간부가 모든 사고에 책임을 지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특히 숙련된 간부들의 이탈은 군 전투력의 중추가 되는 핵심장비 등을 운용할 숙달된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군 전투력 수준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급간부들의 미래 모델이 되는 중견간부의 전역은 군 전체 사기와도 직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견간부 이탈의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해 이탈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대응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며 “중견간부 이탈에 대한 맞춤식·소비자 중심의 대응정책 수립·실천을 통해 군 인력운영 개선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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