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막기 위해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이내로 일괄 제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은행 자율에 따라 연봉의 최대 2배까지도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소득만큼만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가계부채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적용 시점은 28일부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말 사이 인터넷으로 신청하더라도 창구 접수가 다음 주로 넘어가면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은 용도 제한이 없고 별도 담보 없이 빠르게 실행되는 특성상 부동산 자금 수요자들에게는 마지막 퍼즐처럼 쓰여왔다.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로도 자금이 부족할 경우 신용대출로 메우는 방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빈틈을 파고든 셈이다. 주담대 신청 전 신용대출을 먼저 받아놓으면 신용대출이 DSR 산정에 반영되지 않거나 일부만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의 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신용대출을 활용해 잔금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부부가 함께 신용대출을 받아 잔금을 마련하는 방식도 사실상 봉쇄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부가 각각 소득의 1.5~2배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받아 합산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해온 사례가 적지 않다. 주담대는 부부 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DSR을 산정하기 때문에 배우자 소득이 많으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신용대출은 앞으로 연 소득을 초과할 수 없어 소득 합산 효과가 상쇄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신용대출을 포함해 자금 계획을 짰던 실수요자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저가 주택을 매입하려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자산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신용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세대출과 주담대로 부족한 자금을 보완하는 데 신용대출을 활용해온 이들에게는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는 신용대출을 마지막 자금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며 “이들의 자금 조달에 현실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괄적인 연 소득 기준을 적용하면서 고소득자를 제외한 상당수 차주는 이른바 ‘뭉칫돈 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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