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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의 미디어 풍경] 공개의 역설: 사람들은 AI와 인간기자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할까?

■정재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로봇이 쓴 기사 작성주체 알려주니

10년전엔 신뢰도↑ 지금은 떨어져

인간 기자의 덕목에 대해 고민해야





미디어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딱 10년 전이다. 2015년 ‘로봇 저널리즘’ 연구를 했다. 인간 기자가 쓴 기사와 로봇(알고리즘)이 쓴 기사를 비교하는 실험이다. 누가 썼는지 맞춰보라고 했다. 기사를 읽지 않고 찍기만 해도 맞출 확률은 50%. 실험 참가자들은 기사를 읽고 답했다. 정답률은 놀랍게도 50%였다. 누가 썼는지 알려주지 않고 기사에 점수를 매겨보라 했다. ‘잘 읽힌다’ ‘전문적이다’ ‘정보가 많다’ ‘신뢰할 만하다’를 각각 5점으로 평가하게 했다. 기자가 쓴 기사도, 로봇이 쓴 기사도 평균 3점 정도를 받았다. 사람들은 인간 기자와 로봇이 쓴 기사를 구분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누가 썼는지 알려주고 점수를 매기게 했다. 인간 기자가 쓴 기사는 작성 주체를 알려주지 않았을 때 평균 3점이었는데 알려주니 오히려 2점으로 떨어졌다.

반면 로봇이 쓴 기사는 작성 주체를 알려주니 4점으로 올랐다. 흥미로운 지점은 작성 주체를 반대로 알려주고 평가하게 했을 때의 결과다. 인간 기자가 쓴 기사는 로봇이 썼다고 하니 4점으로 올랐는데 로봇이 쓴 기사는 인간 기자가 썼다고 하니 2점으로 떨어졌다. 결국 인간 기자와 로봇이 쓴 기사는 품질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 기자와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인식의 차이만 있었다.

그 무렵 로봇과 인간 기자가 쓴 기사를 비교하는 연구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영어·중국어·독일어·핀란드어로 스포츠·경제·정치 기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됐다. 결과는 동일했다. 전 세계 독자들은 어떤 언어든, 어떤 유형의 기사든 저자를 구별하지 못했고 품질에서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만 10년이 지났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고 인공지능(AI) 변호사·주식추천가·의사·작가·화가·작곡가도 나왔다. AI가 기사를 쓰는 것은 더 이상 실험적이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됐다. 사람들은 AI가 쓴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근 해외 연구 결과들을 보면 10명 중 8명은 기자가 AI를 활용했다면 이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AI가 썼다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했을 때 해당 언론사와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까. 결과는 오히려 ‘낮아졌다’였다. ‘공개의 역설’이다.

로봇 저널리즘 연구 10년을 맞아 AI 저널리즘에 대한 뉴스 이용자 인식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동 연구자는 공개의 역설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처럼 언론의 신뢰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공개의 역설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AI가 쓴 기사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기대와 우려를 갖고 있을까. 인간 기자가 쓴 기사와 AI가 쓴 기사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할까. 언젠가는 AI를 활용한 기사가 기본이 되고 오히려 이 기사는 순수하게 인간 기자가 썼다고 표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AI가 기사를 쓰는 시대, 인간 기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연구에 포함시켜 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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