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대해 국방비 대폭 증액과 고관세 품목 확대 추진 등으로 복합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203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 국방비 증액 합의와 관련해 “나토 동맹국들이 할 수 있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친구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지난해 GDP의 2.32%(약 61조 원) 수준인 국방비 규모를 두 배 넘게 늘려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의 방위비 증액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스페인에 대해 “직접 관세 협상에 나서 두 배로 갚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한미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은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 부품의 25% 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하기로 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글로벌 최저한세(15%) 부과 대상에서 미국 기업은 제외하기로 주요 7개국(G7)과 합의했다”고 밝혀 삼성·SK·현대차 등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분단 국가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국방비 증액·고관세 압박은 우리의 경제·안보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다행히 백악관이 7월 8일 만료될 예정이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의 연장을 시사해 그사이에 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대미 흑자만 올린 게 아니라 미국에서 일자리를 대거 창출한 것을 강조하며 관세 압박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에) ‘셰셰(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말했던 인식에서 벗어나 취임 연설대로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을 실천해 미국과 깊은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조선·원전·방산 등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산업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늦지 않게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해 국익과 안보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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