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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한국선급 경쟁력 높이려면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선박은 거친 파도와 강한 바람을 헤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수출자는 이런 선박에만 자신의 상품을 실으려고 할 것이다. 선박 매입자도 이런 선박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선박은 외국에 있거나 바다에 있어 상태를 알 수가 없다. 선박을 검사하는 신뢰성 높은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이 기관을 선급협회라고 부른다. 효시는 영국의 로이드선급협회다. 18세기에 만들어졌다.

국가는 선박이 안전성을 갖추도록 선주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갖는다. 각종 국제 협약이나 국내법상 선주는 선박의 안전성 검사를 정부로부터 받아야 한다. 선급협회는 자국 정부의 검사를 대행한다. 정부대행검사 혹은 협약검사다. 보험 가입을 원하는 선주의 의뢰를 받아 검사를 해주는 임의검사도 있다. 이 두 가지가 선급협회의 핵심 검사 사항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선박에 등급을 부여한다. A·B·C는 선체를, 1·2·3은 부속품을 가리킨다. A1은 최상급 선박이다. 등급(class)은 선박의 안전에 대한 가치평가로 대단히 중요하다.

각국 선급협회는 아약스(IACS)라는 협의체를 만들었다. 여기에 가입하면 화물보험에서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각국 선급협회로는 영국 로이드선급, 프랑스 BV, 일본 NK, 독일 DNV, 미국 ABS, 이탈리아 RINA, 중국 CCS, 한국 KR이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 한국선급(KR)이 설립됐다.



선급의 중요성은 고유 업무인 선박 검사 업무 외에도 인증 업무가 늘면서 더 커지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을 건설할 때 신뢰성이 높은 선급협회에서 연구개발(R&D)을 같이하고 안전성을 담보해준다면 소유자는 물론이고 제3자에게도 유용하다. 최근 탈탄소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인 암모니아·액화이산화탄소·메탄올 등을 운반하는 선박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선박의 안전성 평가 인증을 해주는 것이 선급의 새로운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선급도 로이드선급 등과 치열한 국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선급 앞에 놓인 도전 과제는 만만치 않다. 시장점유율이 영국 로이드선급(14%)을 비롯해 독일 DNV(18%), 일본 NK(17%), 미국 ABS(16%) 등 글로벌 선급은 10%를 웃돌지만 한국선급은 5%에 불과하다. 역사가 더 오래되고 규모의 경제를 향유하는 이들 선급과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장점유율을 올리려면 그리스 등 자국 선급이 없는 국가의 선박을 입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은 선박법(SHIP’s Act)을 발의했다. 미국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면 건조 자금의 33%를 세액공제해준다. 미국 ABS에 가입하면 2%(미국선주책임보험 5%)의 추가 세액공제를 해준다. 큰 혜택이다. 우리나라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면서 한국선급에 가입하면 세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선박의 입급은 선주의 자유의사에 따른다. 전통이 있고 신뢰성이 더 높은 선급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선주들이 애국심을 발휘해 한국선급에 꾸준히 가입한 결과 한국선급이 세계 7대 선급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적 선사의 한국선급 애용은 계속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선박법처럼 우리 선급을 택할 유인책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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