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습지 생태를 보전하기 위한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다음 달 하순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폴스에서 개최된다. 빅토리아 폴스는 ‘빅토리아 폭포’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폭포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구 4만 명 규모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람사르 회의는 3년마다 당사국 총회를 여는데 이번이 15차 회의다. 우리나라 창원에서도 2008년 제10차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적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개최는 2005년 우간다 개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짐바브웨에는 현재 7곳의 습지가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있다. 7곳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는 길이 1.7㎞, 최대 높이 108m로 세계에서 가장 넓다. 짐바브웨 북부에 위치한 ‘4개의 물웅덩이’라는 뜻의 마나 풀스 국립공원도 포함돼 있다. 공원의 넓이는 약 22만 ㏊로 제주도보다 크다. 이들 모두가 지역 주민들의 식수, 야생동물 보호, 종 다양성, 기후 회복력의 차원에서 짐바브웨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짐바브웨가 습지에 주목하는 큰 이유는 기후위기와의 연관성이다. 자연 생태계는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곧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체 아프리카 시골 마을 주민의 70% 이상이 농업, 어업, 가축 사육, 식수 조달 측면에서 습지에 의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이나 폭우는 생태계는 물론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기의 온도를 낮춰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살린다는 대의가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의 생존과 관련되는 문제인 것이다.
현재 우리 대사관은 ‘기후변화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유니세프와 함께 500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년 동안 취약 지역에 위치한 학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우물을 파고 태양광을 활용한 급수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한 식수를 제공할 예정이다. 깨끗한 물 공급을 통한 화장실 및 위생 환경 개선도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청소년과 지역민들이 단순히 수혜자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할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 인원은 총 3만 명이 될 것이다.
이번 사업은 우리 정부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여러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이번 사업은 짐바브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와 맞물려 시행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도 개도국 정부나 전 세계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로부터 습지 생태 보호와 개도국의 기후 적응력 증진을 위한 국제금융 조달, 선진국의 추가 공여에 대한 요구가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 내용은 결과 문서로 발표될 ‘빅토리아 폴스 선언’에 담길 것이다. 전 지구가 하나 되어 습지를 살리고 기후 환경 문제에 대응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기반으로 협력해야 한다. 다음 달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울려 퍼질 생명의 메시지에 우리 역시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