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 과목으로 지정된 후 최고치다. 변별력 확보에는 실패한 셈으로, 9월 모의평가와 올해 수능에서는 6월 모의고사보다 어려운 문항들이 출제돼 1등급 비율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6월 모의고사 성적으로만 수능 최저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져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 1등급 비율은 19.1%로,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수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어 1등급 비율이 1.5%에 불과했던 지난해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17%포인트 넘게 증가했으며 지난해 수능(6.22%)과 비교해도 1등급 비율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6월 모의평가 시행일 당시 입시 업체들도 영어가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고 분석했으나 이 정도면 난이도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 참여했던 고3 학생이 올해 N수생 신분으로 6월 모의평가에도 다수 참여했고 매년 1등급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전문가들은 1등급 비율 급증은 학생들 실력 향상 여부와는 크게 상관없다고 입을 모은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채점 결과 1등급 비율이 최대 15% 이상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 정도로 높을 줄은 몰랐다”며 “학생들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어 영어 영역 난이도 분석이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6월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 당국이 N수생이 응시할 수 있는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수능 난이도를 정하기 때문에 모의고사에서 1등급 비율이 급증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실제 2023학년도 6월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5.7%, 9월 모의고사에서는 16%를 기록해 같은 해 치러진 수능(7.83%)과 비교하면 최대 8%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다만 절대평가 전환 이후 6월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이 정도로 높았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 6월 모의고사를 제외하고 1등급 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21학년도(8.7%)였다. 이 때문에 수시 지원을 노리는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입시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수시 원서를 내야 하는 만큼 6월 모의고사 점수를 참고해 입시 전략을 짜야 하는데 6월 모의고사에서 5명 중 1명이 영어 1등급을 받으면서 수능 최저 기준을 예상하기 쉽기 않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절대평가인 영어의 난이도가 널뛰기를 할 경우 수험생들은 수능 최저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며 “수험생들은 영어 영역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영어 널뛰기 난이도에 과학탐구를 선택하던 학생들이 사회탐구로 선회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까지 심화하면서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입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6월 모의평가에서 사회탐구 응시율은 57.4%로 통합 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50.3%)와 비교하면 7.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사탐런 현상이 매우 강도 높게 나타나 올해 대입 수능에서 최대 변수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며 “수험생들로서는 탐구 과목 점수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 수능 원서 접수 직전까지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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