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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시선이 난민·이주민 자립 이끌죠"

■ '올해 이민자상' 마리안나 수녀

폴란드 출신, 한국서 33년째 사역

전국 돌며 한부모가정 아동 등 도와

이주노동자 만난후 자립 방법 고민

대통령상 무겁게 느껴…더욱 정진

난민·이주민도 존중받아야 할 이웃

한국사회 곳곳에 작은 울림 만들것

마리안나 수녀가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우리는 모두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이런 마음은 난민도 이주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33년째 사역 활동을 하고 있는 스비에르제브스카 마리안나 수녀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느님이 보내신 나라라는 마음으로 1992년에 처음 한국에 왔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외국인들과 함께 숨쉬며 한국 사회 곳곳에 작은 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출신인 그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으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여성 직장인 기숙사에서 설거지와 청소 등의 소임을 맡으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며 선교의 사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한국은 폴란드와 언어·문화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고 그저 배운다는 마음으로 한국 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 생활은 서울을 비롯해 전남 영광, 강원 정선, 인천·광주광역시 등 전국 각지로 이어졌다. 공부방을 운영하며 조손·한부모가정 아동을 돌보고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했으며 장학금 연계와 생필품 나눔도 이어갔다.



본격적으로 이주민을 만나게 된 건 1997년 천주교 인천교구의 이주노동상담소에서다. 그는 “당시 한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많은 이들이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불법체류자도 많았고 이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만나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달랐지만 모두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며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정착과 자립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마리안나 수녀가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밝게 웃고 있다.


2019년부터는 대구대교구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난민 가정을 돕고 있다. 마리안나 수녀는 “난민들은 정치적 박해, 종교적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조국을 떠나왔으나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나중에 돌아갈 나라가 있지만 난민들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어 그들에게는 한국 정착이 무엇보다도 간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주민과 난민을 돕는 데 있어 ‘자립을 위한 동행’을 강조했다. 그는 “물질적 지원은 한계가 있다”며 “병원 예약 하나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그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월 20일 법무부 주최로 열린 ‘제18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마리안나 수녀는 대통령상(올해 이민자상)을 수상했다. 이주민의 한국 사회 적응·정착을 위해 헌신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뜻밖의 영예에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는 그는 “개인의 수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의 헌신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모두 함께했기 때문에 이주민과 난민들을 도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더욱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며 “더 겸손하고 더 정직하게 앞으로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마리안나 수녀는 난민과 이주민 문제에 있어 종교계와 민간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다가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것은 종교계와 민간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실천적인 행동으로 ‘편견을 갖지 않는 시선’을 꼽았다. “난민이나 이주민을 특정한 프레임으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존중 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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