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는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와 열병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청을 추진 중이라는 일본 매체 보도가 나왔다. 초청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대면 회담을 하게 된다.
교도통신은 30일 베이징발로 이 같은 소식을 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의욕을 나타냈던 터라 열병식 참석에도 긍정적인 편이라고 중국 측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의욕과는 별개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정부 내 대중 강경파들이 참석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중일전쟁(1937~1945)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다. 교도는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함께 전승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미국 정부도 창설 80주년을 맞은 유엔 총회가 9월 뉴욕에서 열리는 것에 맞춰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벌인 격렬한 설전이 공개됐던 것을 고려해 취재를 제한할 수 있는 중국 내 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교도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을 중국 땅에서 개최해 언론 보도를 제한하고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연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도 9월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며, 리창 국무원 총리가 대신 갈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중 정상의 9월 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10월 말께 한국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들의 회담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현재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갈등이 격화됐다가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의 불완전한 희토류 수출 통제 해제를 비롯해 여전히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어 정상 간 첫 대면 회담 성사 여부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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