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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골프란 인연을 유지하고 풍성하게 해줄 가장 확실한 도구”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 인터뷰]

강석현 SK그룹 소셜엔터프라이즈 컨설턴트

(전 SK핀크스 대표)

망가진 골프장을 한국 대표 명문 코스로

벤처기업에 ‘제2 핀크스 신화’ 컨설팅





1999년 개장한 제주도 골프장 핀크스는 지금의 대한민국 대표 명문으로 각인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제주 골프장 공급 과잉과 입회금 반환 시기가 겹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난을 겪은 것. 2010년 SK네트웍스에 인수된 후에도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 번 ‘망가진’ 골프장은 대기업도 일으키기 어렵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 퍼져나갔다.

그러던 핀크스는 2016년 무렵 바뀌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부터 하나하나 변화했고 골퍼들의 관심도 조금씩 커져 갔다. 그렇게 회복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핀크스는 ‘핀크스 신화’로 비로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이르렀다. 신화의 중심에 강석현 전 SK핀크스 대표이사가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의 SK아너스라운지에서 강 전 대표를 만났다. SK그룹 내에서 드문 ‘3연임’을 통해 2016년부터 올 초까지 거의 10년을 SK핀크스 대표로 일한 그는 지금은 그룹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소셜엔터프라이즈(SE) 컨설턴트로서 소셜 벤처(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벤처 기업) 대표들의 경영을 코칭하는 한편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회에 합류해 패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핀크스는 어떻게 여행 업계 오스카상이라는 월드골프어워드를 단골 수상하고 한국 10대 골프장 대상을 2회 연속 수상하는 명문으로 다시 태어났을까. 강 위원은 “모든 일의 계획과 추진에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그랜드워커힐서울을 경영하다가 제주로 발령 받았을 때 핀크스는 적자가 100억 원에 육박하는 그룹의 골칫거리였다. 회원들은 이미 상당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였다. “코스와 시설이 안 좋고 눈덩이 적자에 구성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죠. 당연히 서비스 개선을 기대할 수 없고 투자 여력을 발견하기 어려우니 고객은 찾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있었습니다. 시설과 서비스 개선부터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싶었죠.”

모든 부문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특히 사소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띄는 부분의 개선에 신경 썼다. 카트 도로를 기준으로 안쪽인 코스뿐 아니라 바깥의 미관에도 공을 들였고 페어웨이 관리 수준에 맞먹게 러프를 관리했다. 또 부속 리조트와 호텔에만 있던 아라고나이트(탄산칼슘 결정체) 온천을 골프장 클럽하우스 노천탕으로 끌어왔다. 강 위원은 “국내 유일의 아라고나이트 온천은 정말 좋은 자산 중 하나여서 이를 차별화 요소로 활용했다”고 돌아봤다. 리조트와 호텔의 비영업 시설을 레스토랑, 엔터테인먼트 공간 등 영업 시설로 바꾸는 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편으로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회원들에게는 ‘바꿔나가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설득 또 설득했다.

승부수는 페어웨이 잔디 전면 교체였다. 페어웨이에 그린용 최고급 잔디인 벤트그래스를 식재한 것이다. “시설 개선의 핵심은 결국 잔디인데 어느 홀은 이종잔디인 세포아에 70~80% 잠식된 상태였죠. 투자를 위해선 그룹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골프장 잔디를 교체할 수 있는 시기는 연중 봄·가을 딱 두 번.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성수기다. 미래에 투자하려면 당장의 영업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 위원은 회원과 구성원들에게 꾸준히 ‘핀크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소통했다. 대표 직속의 코스 관리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며 코스 변신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렇게 매출 하락을 감수하면서 2020년까지 3년에 걸쳐서 3개 코스 27홀의 페어웨이 잔디 교체를 마무리했다. 최고급 잔디로 성공적인 교체가 이뤄지자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회원권을 추가 분양해 ‘완판’하기에 이르렀다. TV와 인쇄 매체 등의 광고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았다.

건설 부문으로 SK그룹에 입사해 신규개발사업과 IMF 외환 위기 당시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던 강 위원은 워커힐 경영지원총괄과 SK네트웍스 와인사업본부장 등의 그룹 내 다양한 경험이 골프장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10여 년 전 SK네트웍스가 글로벌 와인 경매의 ‘큰손’으로 등장한 데에도 강 위원의 수완이 있었다. 그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프레스티지 비즈니스’를 배운 것 같다”고 했다. 특급 호텔 고객들의 니즈를 핀크스 운영에 접목해 고객의 요구에 절대 ‘노(No)’하지 않는 문화를 심었다. “정말 안 되더라도 ‘노’ 대신 대안을 얘기해드리도록 했죠. 음식에 대해서도 구성과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 드리도록 했고요.” 강 위원 부임 전과 비교해 핀크스는 매출이 6배, 회원권 시세가 5배, 골프장 가치가 3배 뛰었다.

지금은 벤처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컨설팅하며 ‘제2의 핀크스 신화’에 물을 주고 있다. 짬 날 때마다 펜을 들어 골프 드라마의 시나리오도 집필 중이다. 강 위원은 “핀크스 근무 시절 우리의 건배 구호는 ‘핀크스가 하면’ ‘다르다’였다. 똑같은 걸 따라서 하는 게 아니라 되도록 새로운 걸 먼저 시도해야 한다는 것, 그게 안 되면 남보다 월등히 잘해 보여야 한다는 것. 경영뿐 아니라 모든 일의 이치가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18문 18답

1 구력은?

2006년에 시작했으니 20년째다

2 평균 타수

진짜 보기 플레이어, ‘그분이 오실 때’ 빼고는 90타 전후

3 월 평균 라운드 횟수

골프장 대표 땐 5·6회 정도였는데 요즘 7·8회로 늘었다

4 보유한 골프 회원권은?

핀크스, 송추, 뉴스프링빌, 세종에머슨

5 평소 코스를 평가할 때 우선으로 삼는 기준은?

제 경우는 뭐니뭐니 해도 코스 디자인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산악 지형에 맞게 구겨 넣거나 아기자기하게 만든 코스보다는 국제 규격에 맞는 홀 길이, 페어웨이와 러프 폭의 비율, 벙커와 해저드의 적절한 배치 등을 갖췄느냐다. 그다음이 이종 잔디 분포, 일상적 예지 상태(잔디의 높이), 그린 스피드 등의 관리 수준이고 마지막으로 시설 및 구성원의 서비스 수준 등을 본다

6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골프장은?

그래도 제가 10년 간 경영하며 ‘핀크스가 하면 다르다’는 모토로 한 땀 한 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핀크스 클럽이 아닐까. 다음으로는 잔디 관리와 고객 서비스에 언제나 진심인 더스타휴 골프장이다. 갈 때마다 기대되는 곳이다



7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골프장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스카디아. 높은 그린피로 화제가 됐는데 몇 번 가보니 그 정도 가치에 부합할 만큼 클럽하우스, 코스 및 조경 등 시설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골프 시장 환경상 향후 어떻게 운영될지 주목된다

8 나의 베스트 파3 홀

전남 해남 파인비치의 시그니처 홀인 비치 코스 6번 홀. 최고의 풍광 아래 바다와 절벽을 가로질러 쏘는 티샷이 짜릿하다

9 나의 베스트 파4 홀

경기 양주의 송추CC 동코스 6번 홀. 물을 건너는 티샷과 계곡을 넘기는 세컨드 샷으로 디자인된 재미있는 홀이다

10 나의 베스트 파5 홀

제주 핀크스 동코스 4번 홀.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제주 앞바다 전경이 상쾌하고 페어웨이와 그린이 상호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 샷 메이킹의 즐거움이 있다

11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 골프장만의 자랑은?

차별적인 부대 시설과 골프장 직원 및 캐디의 서비스 능력(개선 필요한 점도 많긴 하다)

12 한국의 골프장 문화 중 이어져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은?

라운드의 즐거움과 맛있는 식사의 조화가 어우러진 사교의 공간은 좋은 문화다. 캐디를 진행이나 안전을 돕는 코스 가이드보다는 샷 방향이나 퍼트 라인을 알려주는 보조자로 생각하는 경향은 바뀌어야 한다

13 우리나라 골퍼들이 꼭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매너와 에티켓은?

골프는 단순한 스코어 게임을 넘어 자연과 교감하고 동반자와의 관계를 다지는, 아주 깊이 있는 여가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 타 한 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날의 풍광, 동반자의 웃음 소리, 걷는 리듬에서 오는 여유 같은 것들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14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의 모습은?

샷에는 진지하되 기본 매너와 유머를 겸비하고 동반자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골퍼

15 가장 좋아하는 골프 선수는?

김아림. 프로암 때 만나본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이었음. 자신만의 장타 비결은 라운드 전후 반드시 한다는 30분간의 웨이트 트레이닝이라고

16 골프 금언이나 좌우명

골프는 1타에 웃고 1타에 무너진다. 매일매일 겸손을 배운다

17 골프 입문 계기

SK 팀장 시절, 당시 사장께 미국 장기 연수를 떠나는 출국 인사 자리에서 골프를 안 하면 자기계발에 소홀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니 시간 내서 배워두라는 협박(?)에 연습 시작

18 나에게 골프란

아내, 두 아들과 라운드하는 시간이 즐겁고 미래의 사돈과 며느리는 골프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부담스러운 사돈끼리, 혹은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긴 시간 함께하고 토론하고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골프는 가능하게 해준다. 친구 부부 7팀은 함께 회원권을 사고 정기적으로 라운드하며 수시로 골프 투어를 가면서 집안 대소사를 공유한다. 골프는 인연을 유지하고 풍성하게 해줄 가장 확실한 도구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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