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 해킹 사고를 계기로 경쟁 이동통신사들이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전을 벌이면서 그간 주춤했던 마케팅비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이달 들어 SK텔레콤도 사고 수습을 거의 마무리하며 반격에 나선데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겹치며 하반기 통신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2일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KT(030200)는 판매관리비로 6730억 원, LG유플러스(032640)는 마케팅비로 5630억 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각각 12%, 7.9% 많다. SK텔레콤 마케팅비가 지난 두달 간의 영업 중단으로 1년 전보다 9.2% 적은 6500억 원에 그쳤는데도 3사 합산으로 2.4% 늘어난 1조 886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비용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판매장려금과 대리점·판매점 지급 수수료 등이 포함돼 통신시장 경쟁 지표로 여겨진다. 3사의 소극적 경쟁 기조에 2023년 대비 지난해 감소했던 비용이 올해 다시 반등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대거 이탈한 가입자들을 KT와 LG유플러스가 앞다퉈 유치하려 들면서 시장 경쟁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게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KB증권도 2분기 KT 실적을 전망하며 “이탈한 가입자들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실제로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25’ 가입자를 유치하는 매장에 각각 최고 109만 원, 120만 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며 ‘공짜폰’ 경쟁을 시작했다. 해킹 사고가 알려진 4월 22일 이후 지난달까지 SK텔레콤 가입자 34만 7740명이 KT로, 30만 995명이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해 총 64만 8735명이 이탈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영업 재개와 단통법 폐지와 맞물려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3사 간 경쟁이 하반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은 실제로 지난주 영업 재개 직후 갤럭시S25 판매 매장에 경쟁사와 맞먹는 최고 100만 원의 판매장려금을 책정했고 이에 가입자 이탈 규모도 하루 수천명에서 300명 이내로 크게 줄였다. 양자보안 스마트폰 ‘갤럭시퀀텀6’ 단독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달 22일부터는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지원금 상한도 사라진다. 또 삼성전자가 이달 9일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7’과 ‘갤럭시Z폴드7’를 공개하는 가운데 3사도 사전예약 이벤트 등 가입자 유치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2분기 3사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1% 성장한 1조 607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투자 여력도 커진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