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22년 12월 적의 공격에 반격 능력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최종 채택한다. 재무장과 군사 대국화의 길에 공식적인 첫발을 떼는 것으로,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일본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음 해 일본 정부는 2023년도 방위비를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8000억 엔(약 64조 7800억 원)으로 책정했고,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5년 뒤에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도 밝혔다. 2027회계연도에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이를 보완하는 예산’ 규모를 11조 엔 확보한다는 목표로, 8조9000억 엔의 방위비와 해상보안청 등의 예산을 합산하면 약 11조 엔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24년 7월1로 창설 70년을 맞는 일본 자위대가 전세계 어디서든 ‘전쟁할 수 있는 군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에 자위대는 군사력 증강을 위한 ‘신무기’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과 전력화에 공을 들이는 ‘5대 신무기’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첫 번째로 도서 방위용으로 개발된 新대함유도탄이다. 이 미사일은 가와사키 중공업이 개발하는 순항미사일로 적 함선을 공격하거나 지상을 공격할 수 있는 다목적 미사일이다. 한국군의 현무-3 순항미사일과 비슷한 임무를 맡고 있다.
현무-3 순항미사일보다 뛰어난 장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도의 스텔스(Stealth) 성능을 갖춰 적 항공기나 함선의 레이더에 들키지 않고 침투해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외형은 미국의 JASSM 순항 미사일과 노르웨이의 JSM 미사일을 섞은 모습이다. 날카로운 각진 동체에 쐐기형 공기흡입구를 설치해 탐지와 요격이 매우 어려렵다.
또 다른 특징은 다목적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공격용 고폭탄두가 아닌 레이더나 카메라를 장착하면 일회용 정찰 임무용 미사일로, 전파 방해 장비(EW Jammer)를 탑재하면 전자전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다. 정찰 위성이나 전자전 비행기가 격추된다면 도서 방위용 미사일을 개조해 정찰 및 전자전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적을 찾고 공격 작전에서 자국 항공기와 미사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신무기는 ‘SHW’(Scramjet-powerd Hypersonic Weapon)로 불리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러시아의 지르콘(Zircon) 미사일과 한국의 하이코어(HYcore) 시험 비행체와 매우 유사하게 생겼다. 스크램제트 공기흡입구가 있는 납작한 머리를 가진 순항미사일에 추진 부스터를 결합했다.
성능도 매우 유사해서 SHW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수백 ㎞를 비행하면서, 비행 궤도를 자유자재로 변환해 요격이 매우 어려운 공격무기다. 2031년에 개발 완료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그동안 연구한 극초음속 관련 기술을 많이 축적해 자칫하면 한국이 일본과의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하이코어 극초음속 비행체를 이미 제작해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를 진행했지만, 하이코어는 미사일이 아니라 테스트 비행체라는 점이다.
또 가속용 로켓 부스터 역시 하이코어 보다 더 발전해 있다. 한국의 하이코어는 마하 5로 비행체를 가속하기 위해 KTSSM 미사일과 나로호 킥모터를 개조한 2단 부스터를 사용하는 반면 SHW는 한국 보다 훨씬 작은 1단 부스터를 사용해 마하 5로 가속할 수 있어 전략무기로서 완성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로 ‘AD-SAM’으로 불리는 극초음속 요격미사일이다. 일본이 현재 운용 중인 ‘03식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보다 훨씬 대형의 고성능 대공 미사일이다. 북한의 화성-8형이나 중국의 DF-17, 러시아의 지르콘과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가 빠르면서도 마음대로 궤도를 변경할 수 있어 탐지도 어렵고 요격 미사일이 쫓아가기도 어려운데, AD-SAM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순식간에 미사일을 가속할 수 있는 초고속 대형 로켓 모터와 순식간에 방향 전환이 가능한 자세제어 기능을 갖춘 요격체(Kill Vehicle),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경로를 예측하는 새로운 알고리즘 등을 적용해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개발되면 일본은 한국이 개발 중인 ‘L-SAM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보다 훨씬 뛰어난 요격 능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미국의 사드(THADD) 지대공 미사일보다 더 뛰어난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을 보유하게 돼 일본 영토에 대한 미사일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 신무기는 ‘레일건’이다. 어려운 기술이라 미국조차 개발을 잠정 중단되기도 하는 난항을 겪는 신무기로 일본은 레일건의 장점 때문에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시험용 레일건은 40㎜ 구경의 작은 수준이지만 초속 2297m로 전차포 보다 30% 이상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개발한 시험용 레일건을 더욱 발전시켜 40㎜ 보다 더 무겁고 큰 탄을 쏠 수 있고, 단발 사격이 아닌 연사가 가능한 차세대 레일건을 개발해 지상 차량이나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해 전력화하는 것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완성형 레일건은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180㎞ 밖의 적 함선이나 지상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고, 로켓 엔진이 없어 미사일보다 적외선 탐지기로 탐지하기 어려운 점을 활용해 기습 공격을 비롯해 대공 방어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공개된 소구경 레일건도 5MJ의 전력이 필요한데 아직 전력 공급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해 전력화 늦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5MJ급 레일건에서 발사하는 40㎜ 탄약은 무게가 불과 320g에 불과해 실제 포탄 수준의 탄약을 발사하려면 지금보다 열 배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100㎾급 레이저포’ 무기다. 일본 방위장비청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선행연구에서 50㎾급 레이저를 발생하는데 성공했다. 2030년까지 두 배 출력을 내는 100㎞급 레이저포를 개발할 예정이다.
50㎞급 레이저는 박격포탄과 같은 작은 물체를, 100㎞급은 중형 무인기·대전차 미사일 등을 격추하고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징으로는 레이저 렌즈 부분과 전원부를 소형화해 1대의 차량에 레이저포를 모두 수납하도록 설계, 실전 투입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먼저 레이저 무기의 개발에 나서 2023년 1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의 개발을 완료해 시험평가를 거쳐 지난 2024년 12월에 실전 배치를 마쳤다. ‘한국형 스타워즈’로 불리는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天光)’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과 수도 서울 상공을 방어하고 있는 ‘빌딩 GOP’에 배치됐다. 수도권 상공으로 날아오는 북한 무인기 등을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아직은 출력이 20㎞급이라 초소형 무인기 정도만 격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군 당국은 2028년을 목표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Ⅲ를 개발해 레이저 출력을 일본처럼 100㎾급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대전차 미사일을 파괴하려면 100㎾급 출력을, 순항미사일은 300㎾급 출력을, 전투기나 지상표적 파괴를 위해서는 메가와트(㎿)급 출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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