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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규제보다 지원 필요한 탈탄소 정책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탈탄소 적극 투자 기업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강화해 경쟁력 확보 유도

민관 에너지비용 경감 협력 나서야





최근 우리나라 산업은 다중 위기에 처해 있다. 조금만 귀가 밝은 독자라면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정책,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수출 경쟁 심화 등 최근 우리 산업이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이 와중에 우리 산업은 탈탄소화라는 과제도 해결해가야 한다. 지금껏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아직 비용 효율적인 탄소 감축 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탈탄소 추진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낮출 위험이 있다.

기후 대응 선진국인 독일의 사례는 탈탄소 추진 과정에서 경쟁력에 대한 고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폭스바겐·콘티넨탈·티센크루프 등 독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조차 공장 문을 닫거나 인력을 감축하고 주변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한 가스 요금 폭등 및 산업용 전기 요금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독일산업연합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의 59%가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이유로 ‘에너지 안보 및 비용’을 꼽았다.



이러한 현실은 탄소 중립 정책이 산업 경쟁력과 조화롭게 결합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탈탄소에 나서면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산업계는 이미 에너지 효율화, 신기술 개발, 친환경 공정 도입 등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탄소 가격은 이러한 투자의 유인을 제공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높은 탄소 가격이 대안은 아니다. 요즘과 같이 다중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 높은 탄소 가격은 감축의 성과보다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탈탄소 투자 여력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의 다면적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산업계의 감축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와 유사한 제조업 경제구조를 가진 일본은 ‘녹색 전환(GX)’을 추진하고 있으며 탈탄소와 안정적 에너지 공급,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과감하게 전개하고 있다. GX 재원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해 정부가 저탄소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다양한 지원 정책이 활발하다. EU 회원국들은 산업계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 요금을 보조하거나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상용 설비 구축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도 주요국과 같이 에너지 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책을 고려해야 한다. 또 탈탄소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 금융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탄소 감축 개발·상용화를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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