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교육 분야 대표 공약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10대 공약에 들어가 있었고, 이 대통령은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추진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교육부 장관 후보로 대선 캠프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추천됐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서, 전국의 9개 지역거점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해 지역 발전의 구심점이 되게 하고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어 대학입시 경쟁 또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두 가지 최대 문제, 즉 지방 소멸과 과도한 사교육이라는 문제의 해결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니 시도해볼 만하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첫째는 예산 확보다. 최소한 1년에 3조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규모의 돈을 새로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부 1년 예산이 650조 원을 넘고, 우리나라가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평균의 3분의 2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일일 것이다. 둘째는 지방 명문 사립대학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지역에는 전통 있고 실력 있는 사립대학도 많이 있는데, 왜 꼭 거점국립대가 지역 발전의 구심점이 돼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다. 아마도 현재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이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타협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거점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함으로써 과연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거점국립대가 지역 발전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학을 졸업하고 항저우에 남아 딥시크라는 세계적 인공지능(AI) 회사를 설립한 량원펑과 같은 인재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구상이나 거점국립대학 체제로서는 이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의견이다.
먼저 규모의 문제다. 중국 저장대만 보더라도 1년 예산이 서울대의 3.5배 수준으로, 거점국립대가 서울대 수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지금 거점국립대는 모든 학문을 백화점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예산으로는 어느 분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사실 서울대도 100개 가까운 학과·전공을 운영하고 있어 세계 석학들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국내 인재들을 독점하고 있는 서울대가 이 정도이니 지역에 있는 거점국립대의 사정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결국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은 그 지역에 맞는 특성화 분야를 찾아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지역혁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모든 분야를 백화점식으로 운영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모델은 현재의 서울대 모습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기존 대학의 특성화는 구성원들의 반발 때문에 매우 어렵다. 특성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리더십을 포함한 대학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과연 거점국립대학들은 그런 변화를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지역 특성화 분야가 꼭 AI처럼 첨단산업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농축산업이나 관광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일 수도 있고, 그 지역의 거점대학은 그러한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로 봐서는 모든 대학이 AI 분야로 특화하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는 세계 무대에서 100전 100패 할 것이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과연 지금 교육부 공무원이나 국정기획위원회 위원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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