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한다는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주한미군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에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집권 1기 당시 연간 100억 달러의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다”며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1일까지 관세 협상 연장을 공식화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타결된 주한미군 방위비 협정을 뒤집고 한국을 상대로 통상·안보 ‘원스톱 쇼핑’ 협상을 벌이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0억 달러는 내년부터 한국에 적용되는 연간 분담금의 약 9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에도 주문하고 있듯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32% 규모인 우리의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가량으로 증액하라는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8일 구리에 대한 50%의 관세율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르면 이달 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나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통상 문제와 주한미군·국방비 등 핵심 안보 현안이 뒤얽힌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안보 복합 압박을 타개할 돌파구는 정교한 ‘윈윈’ 협상안을 마련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 큰’ 담판을 짓는 것이다. 통상 측면에서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와 조선·원전·에너지·방산 등 한미 산업 협력이 관세보다 더 큰 실익을 미국에 안겨줄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보 측면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을 적정선에서 수용하되 이를 지렛대 삼아 핵 잠재력 제고를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 우리의 묵은 안보 과제를 풀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동맹 간 깊은 신뢰를 토대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윈윈’ 카드로 협상에 전략적으로 임해야 국익과 안보를 모두 지킬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