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덕 경기 동두천시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개최한 언론브리핑에서 정부에 미군 공여지 문제 해결과 실질적인 보상을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내세우기 보다 70년이 넘도록 동두천시 전체 면적의 42%를 내주면서도 정부가 반복된 희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10일 동두천시청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동두천은 70년이 넘도록 공여지라는 응어리를 안고 살아왔다”며 “안보를 위한 희생이 후회와 한(恨)이 되어 시민들을 옥죄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피해는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의 결과이며 이제는 그 희생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 시장의 이같은 호소는 지표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동두천시는 시 전체 면적의 42%에 달하는 40.63㎢를 미군 공여지로 제공해 왔으며, 현재도 전국 미반환 공여지(25㎢)의 약 70%에 해당하는 17.42㎢가 반환되지 않고 있다. 이는 △재정자립도 13년 연속 경기도 최하위 △고용률 3년 연속 경기도 최하위 △실업률 전국 최하위(5.1%) 등 심각한 경제·사회적 피해로 직결됐다.
이에 박 시장은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거듭 강조하며 4대 요구사항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캠프 케이시·호비의 반환 계획 명확화 및 이행 △장기 주둔 시 특별법 제정을 통한 평택 수준의 지원 보장 △전략적 가치가 낮은 캠프 모빌·캐슬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반환 △2015년 정부와 약속한 국가산업단지 조성 이행 및 첨단 방위산업단지 조성 등이다.
박 시장은 “평택시는 공여지 면적이 전체의 5%에 불과함에도 19조 원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인구도 60만 명으로 성장했다”라며 “동두천만 끝없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현실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지역에는 반드시 국가가 특별한 보상으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도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는 “경기 북부 미군 공여지 반환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라고 국방부에 공식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정부 차원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대통령의 약속과 지시가 이제는 말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현되어야 할 때”라며 “정부는 더 이상 동두천의 희생을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9만 동두천 시민의 절규를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한다면, 시민의 희망은 분노의 파도로 바뀔 수밖에 없다”라며, “동두천시와 시민은 공정과 정의를 되찾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 성명서를 발표한 박 시장은 향후 동두천시의 시정 방향에 대한 구상도 내놨다.
그는 “사람이 떠나는 도시가 아닌, 누구나 찾고 머물며 살아가고 싶은 동두천을 만들기 위해 흔들림 없이 시정을 추진해왔다”라며 “성과로 증명한 지난 3년을 바탕으로, 더 큰 미래를 여는 1년으로 힘차게 도약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박 시장이 소개한 주요 성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 동두천 연장 계획 확정 및 경제성 확보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선정 △경기북부 반려동물 테마파크 공모 선정 △응급의료 취약지 유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폴리텍대학 동두천교육원 유치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전 확정 등이다.
외부 재원 확보 성과도 강조했다. 동두천시는 최근 경기도 주관 지역균형발전사업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300억 원의 인센티브를 확보했고, 이를 포함해 3년간 국·도비 1368억 원과 공모사업 623억 원 등 약 2000억 원 규모의 외부 재원을 유치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복하고 도시 미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GTX C 노선 연장의 현실화를 비롯해 1호선 셔틀전동차 증편,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와 소요산 확대 개발, 기회발전특구 및 평화경제특구 지정, 노인·장애인회관 개관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도 설정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의 1년은 지금까지 다져온 토대 위에 더 큰 변화를 완성해 나갈 결정적 시기”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로 시정을 이끌어가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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