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휴양지로 자주 찾는 발리 해변에서 한국어가 들리면 십중팔구 래시가드를 입고 있다. 서양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볼 정도로 한국인의 래시가드 사랑은 독특한 현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 발리 휴가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해변에서 한국어가 들려 돌아볼 때마다 모두 래시가드를 입고 있던 것이다. 이씨는 "래시가드를 한국인 구별법으로 삼아도 될 정도"라며 "서양인들도 신기한 듯 쳐다보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레딧(Reddit)이나 쿼라(Quora) 등 해외 SNS에는 "왜 한국 사람들은 옷을 입고 수영하느냐"는 질문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구권에서 래시가드는 서퍼 등 해양스포츠 애호가들의 ‘전문 장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래시가드는 스판덱스나, 나일론, 폴리에스터를 혼합해 만든 수상 운동 셔츠의 한 종료로 강한 햇빛 노출에 의한 화상이나 찰과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입는다.
국내에서 래시가드의 인기는 뜨겁다.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에 따르면, 6월 27일부터 7월 10일까지 2주간 '래시가드' 검색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0%, 매출은 35% 증가했다. 여성용 비키니 매출이 같은 기간 5%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네이버 '비치웨어' 분야 검색 순위에서도 래시가드가 1위부터 10위까지 석권했다.
한국인이 래시가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우선 자외선 차단 기능성때문이다. 태닝을 즐기는 서구와 달리 흰 피부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징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티셔츠처럼 실내외에서 입을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한국인의 집단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노출이 있는 수영복을 입었을 때 남들의 시선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쇼핑몰 구매 후기에도 "몸을 잘 가려준다"는 반응이다.
2010년 중반 시작된 래시가드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수영복의 유행은 대략 10년 단위로 변한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래시가드가 유행을 넘어선 '기본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과, 새로운 스타일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인의 래시가드 사랑은 단순한 패션 트렌드를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능성과 심리적 편안함, 그리고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만나 탄생한 독특한 ‘K비치웨어’ 문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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