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군 규율 강화 명목으로 면도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흑인 장병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육군은 일정 기간 내 수염을 깎지 않는 병사의 전역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지침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육군 측은 "군 규율과 준비 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지만, 의학적·종교적 특성을 간과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흑인 남성의 약 60%가 면도 시 피부 손상을 일으키는 '가성모낭염'을 앓고 있어 의료적 사유로 면도 면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육군에서 복무한 피부과 전문의 실번 소던 박사는 "곱슬모를 가진 일부 흑인 병사는 면도 시 피부 속으로 파고드는 수염으로 인해 상처와 염증을 겪는다"며 의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육군 현역·예비군·주방위군을 포함해 약 4만명이 의료적·종교적 사유로 면도 면제를 받은 상태다.
이번 규정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지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국방부는 과거 군 내부의 인종·성차별 해소를 위해 도입된 DEI 정책들을 대거 철회하고 있다. 반면 영국군은 지난해 젊은 층 모병 활성화를 위해 수염 금지 규정을 폐지했으며, 독일·벨기에·덴마크·캐나다 등도 군인의 수염 기르기를 허용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