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경기 북부 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구리시장이 야유회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시 구리시 공무원들은 긴급 재난 상황에 대비해 비상근무 중이었다.
21일 SBS는 백경현 구리시장이 이달 20일 강원도 홍천군의 한 식당에서 열린 야유회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당일 구리시는 집중호우로 전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하천 수위 상승으로 홍수주의보까지 발령됐다. 이로 인해 구리시 하상도로 4곳이 침수되고 교량이 일부 파손되는 등 시민 피해가 잇따랐다.
하지만 같은 시간 백 시장은 야유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장소에서 백 시장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무대 위에서 춤까지 추는 장면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영상 촬영 시점은 이미 홍수 피해가 발생한 상태였다. 실제로 당일 새벽부터 오전 11시 20분까지 홍수주의보가 발효됐고 구리시청 안전총괄과·도로과·녹지과 직원들은 새벽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비상근무에 나서야 했다.
더욱이 백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자신의 이름으로 "폭우 피해를 재난상황실에 신고하라"는 재난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낸 직후 야유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 상황을 경고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시외 지역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
시청 측에 따르면 백 시장은 정오쯤 구리시를 출발해 오후 1시 30분쯤 홍천 야유회 현장에 도착했다. 시는 논란이 불거지자 "시장 본인도 부적절했음을 인식하고 시민들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SBS에 "구리 시민 요청으로 잠시 참석한 것이며 머문 시간은 20분 정도였다"며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백 시장은 다음날(22일) 성명을 통해 "경기북부 일대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시민 불안이 컸다"며 "이런 상황에 지역 단체의 관외 야유회에 참석하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던 시민과 재난 대응에 고생하는 현장 직원들의 마음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드렸다"며 "전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어떠한 질책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경현 구리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2016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처음 당선됐다. 이후 2022년 다시 당선돼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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