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빈집 한 채

박경희





내 안의 사랑은

빈집 한 채를 끌어안고 산다

수돗가 세숫대야의 물을 받아먹고 살던

향나무 한 분이 사랑채 지붕으로 쓰러진 건

그대가 떠나간 뒤부터다

툇마루에 옹이가 빠져나가고

그 안으로 동전과 단추가 사라진 집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조심스러워졌다



툇마루 옹이 빠진 구멍 속

거미의 눈으로 바라보는 내 안의 사랑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먼 산으로 돌아앉은 그대

별을 세다가 새벽을 놓치고

쓰르라미 울고

빈집 한 채 없는 떠돌이 사랑도 있을 것이다. 그가 떠났다고 쓰러진 향나무의 순애보가 애틋하다. 툇마루 옹이가 빠져나간 건 널빤지와 인연이 다했기 때문이다. 동전과 단추는 옹이 구멍 아니라도 어디든 구르다 숨기 마련이다.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의 파동 이외 사람의 사랑 따위 관심 있을 리 없다. 관련 없는 것마다 잠 못 이루며 기어코 연결 짓는 걸 보면 당신의 병이 깊다. 돌아앉은 먼 산을 여름내 칡으로 묶어놓을 테니 가을에 당신의 빈집으로 끌고 가시라.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