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체 차량 판매 실적은 선방한 현대차(005380)가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 만큼은 크게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탓에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2분기에만 판매량이 42%나 줄어든 데다 점유율 2위 자리도 제너럴모터스(GM)에 내줬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 산하 켈리블루북의 전기차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한 31만 839대를 기록했다. 이 중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2분기 판매량은 총 2만 1493대로 지난해 2분기(3만 7214대)보다 42%나 줄었다. 시장 전체 부진 상황보다 더 크게 충격을 받은 셈이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가 7.7% 줄어든 1만 5564대, 기아(000270)가 72.5% 급감한 4975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미국 시장 전체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한 89만 3152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전기차 시장에서만 부진했다.
브랜드를 불문하고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대차그룹의 해당 차량 미국 시장 점유율도 7.8%에서 6.9%로 하락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순수 전기차 판매 대수만 집계한 결과다. 앞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현대차와 기아가 올 1~5월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대수가 7156대로 전년 동기 5만 9705대에서 무려 88.0% 줄었다고 집계한 바 있다.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 GM의 전기차 판매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 GM은 캐딜락(1만 1795대)과 쉐보레(2만 8453대), GMC(6032대) 브랜드를 합쳐 총 4만 6280대의 전기차를 2분기에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2분기 2만 1930대보다 111%나 많은 수준이다. GM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도 1분기 10.8%에서 2분기 14.9%로 크게 늘었다. 미국 전기차 2위 업체 지위도 올 들어 현대차에서 GM으로 바뀌었다.
브랜드별로는 쉐보레의 2분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43.0% 늘어난 2만 8453대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GM이 지난해 출시한 쉐보레 이쿼녹스 등 신차 가격을 크게 낮춘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GM을 제외하면 대다수 전기차 제조 업체는 실적을 늘리지 못했다. 1위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2분기 16만 4264대보다 12.6% 적은 14만 3535대의 전기차를 올 2분기에 팔았다. 시장 점유율도 46.2%로 정체를 보였다. 포드의 2분기 판매량도 1년 전보다 31.4% 적은 1만 6438대에 그쳤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이 3분기에 반짝 급증한 뒤 4분기부터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방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오는 9월 말 종료되는 탓이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는 지난 4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이후 첫 분기 성적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3월 24일 직접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아가 4년 간 210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하는 현지 투자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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