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며 적국의 알고리즘에 지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AI 경쟁 승리 서밋’ 행사에서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 혁명 중 하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AI 패권을 거머쥘 수 있는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천재성과 창의성”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놀라운 천재성”이라며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들이 모인 곳이며 AI 경쟁이 시작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자녀는 우리와 반대되는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적국의 알고리즘에 지배되는 행성에서 살지 않을 것”이라며 무대 위에 마련된 책상에서 AI 관련 행정명령 3건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때 연방정부 허가 절차의 신속 진행, 연방정부 기관을 통한 미국 AI 모델의 수출 촉진, ‘워크(woke·진보 진영의 문화 의제)’ 등 AI 모델의 이념적 편향 배척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AI 경쟁에서 승리하기:미국의 AI 행동 계획’ 문서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3일 서명한 ‘미국의 AI 리더십 장애물 제거’ 행정명령에 따라 수립된 계획이다. 백악관은 미국의 AI 행동 계획이 △혁신 △인프라 △국제 외교·안보 등 3개 축, 90개 이상 조처로 이뤄진다며 미국 노동자 중심, 이념 편향 배제, 악의적 행위자에 의한 오용·도난 감시 등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백악관은 특히 문건에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거론하면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백악관은 “중국산 최첨단 AI 모델이 공산당의 검열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연구하고 필요시 결과를 공개하겠다”며 “미국의 에너지 생산능력은 1970년대 이후 정체된 반면 중국은 전력망을 빠르게 확장했기에 AI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이 추세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과거 우주경쟁에서 승리했듯 이번에도 미국과 동맹국들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미국산 반도체, AI 모델, 응용 기술이 글로벌 기준이 되도록 하고 동맹국들이 미국의 기술 위에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자국 AI 산업 촉진, 중국 견제 전략과도 맞물려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AI 반도체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를 분할하려 했으나 참모들의 반대로 포기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엔비디아를 분할하면 경쟁을 좀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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