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 새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여성 비율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 흡연 외에도 음식 조리, 대기 오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은 박성용 폐식도외과 교수와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조수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사,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로 이뤄진 연구팀이 2010년~2023년 국민건강보험에 청구된 폐암 수술 12만 4334건과 로봇수술 1740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2010년 4557건이던 연간 폐암 수술 건수는 2023년 1만4184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폐암 발생건수는 42.8건에서 61.8건으로 늘었다. 연구팀은 노년 인구가 늘어나면서 폐암 수술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35~64세 사이 집단에서 폐암 환자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에 이어 다섯 번째지만 65세 이상에서는 폐암이 전체 암 발생률 1위다.
특히 연구팀은 여성 폐암 환자의 급증세를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짚었다. 여성 환자 비율은 2010년 32.0%에서 2023년 44.7%로 증가했다. 여성 폐암 환자 대부분이 비흡연자라는 점에 비춰볼 때 흡연에 따른 직접 노출보다는 간접흡연에 따른 영향과 음식조리, 대기오염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팀은 "여성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저선량 CT 등 검사 도입으로 검진이 확산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병이 생기기 쉬운 여건이 조성된 영향이 있었다”며 “환자 구성이 바뀌는 만큼 치료 방향에 대한 변화도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과거라면 수술을 망설였을 고위험군이 수술실 문턱을 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나이 탓에 수술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70대 수술 환자 비중은 2010년 26.3%에서 2023년 32.3%로, 80세 이상은 같은 기간 2%에서 6.2%로 늘었다. 연구팀은 "중증 질환을 동반한 탓에 수술 위험이 큰 환자의 비율도 9.0%에서 17.4%로 큰 폭으로 올랐다"며 "조기 진단의 증가와 수술기법의 발전 덕분에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최근 폐암 수술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고령 환자, 여성, 최소침습'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최소한의 절개로 암세포를 떼어내는 비디오흉강경 수술 비율은 2010년 52.9%에서 2023년 94.8%로 올랐다. 사실상 대부분의 환자가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 대신 흉강경 수술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23년 로봇수술 건수는 450건으로 개흉 수술 건수(291건)를 처음 넘어섰고,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폐를 최대한 보존하는 쐐기절제술은 8.2%에서 18.5%로, 분절절제술은 4.2%에서 9.6%로 확대됐다. 고령·동반질환 환자 등 수술 위험이 높은 환자군도 안전하게 수술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술 결과 역시 고무적이다. 폐암 수술 환자의 입원 기간은 2010년 13일에서 2023년 7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됐고 30일 이내 사망률도 2.45%에서 0.76%로 크게 낮아졌다.
강단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4년간 전국 단위 폐암 수술 빅데이터를 분석해 수술 건수, 환자 특성, 수술 방법, 치료 성과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성용 교수는 “이제 고령, 여성, 동반질환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다만 의료 접근성과 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근거 기반의 정책 수립과 수술의 질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암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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