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업용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웨이크필드코리아가 지난해 말 신설한 시니어 레지던스(고령자 주거 시설)팀의 인원을 3명에서 5명 이상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유통 대기업들을 위주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성을 검토해달라는 의뢰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주거나 오피스·물류센터 등에 대한 의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검토 중인 복합개발 프로젝트 4건 모두 시니어 레지던스를 지으면 수익성이 어떨지 함께 확인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세빌스코리아에도 관련 투자 자문 요청이 늘었다. 아파트나 호텔을 매입해 시니어를 위한 주거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데, 어떤 자산이 적절한지 타당성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 가능한 매물은 많지 않은데 투자 수요는 넘쳐 나고 있다는 신호다. 젠스타메이트나 CBRE코리아 역시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상업용부동산 자문사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발간한 ‘슬기로운 시니어 주거생활’ 보고서에서 고령 인구를 위한 고령 친화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84조 6000억 원에서 연평균 9% 성장해 2030년에는 16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에는 “고령 인구가 1000만 명에 가까운 시대지만 은퇴 이후의 주거 부문에 대한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1~3%만 시니어 레지던스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10만~30만 개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수용 인원 대비 4.3배에서 최대 12.8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이나 포스코이앤씨 등 건설사들이 주로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시니어 하우징 트렌드가 점점 ‘고급화’로 변모하면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조선호텔을, 롯데그룹은 롯데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특급호텔급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특히 롯데그룹은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Liberty)’을 출범해 사업을 확대 중이다. 쿠시먼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원주택과 같은 별장 개념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자녀나 손자들이 자주 놀러 오고 싶을 만큼 고급화된 시설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며 “접근성도 좋고 쇼핑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강남권에 대한 매물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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