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이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목표주가를 3주만에 12% 내리면서 투자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불과 3주 전인 이달 초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가를 올렸던 씨티는, 이번에는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43만 원에서 38만 원으로 낮췄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씨티는 이달 25일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직후 보고서를 내고 “2026년 HBM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내년 평균판매단가(ASP) 성장률이 전년 대비 ‘7% 상승’에서 ‘6% 하락’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목표가를 43만 원에서 38만 원으로 하향했다. 내년 HBM 관련 주요 고객사와의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고, 경쟁사들의 생산 확대가 예고된 상황이 가격 결정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씨티는 “HBM5 전환이 본격화되며 ASP 상승 요인이 일부 존재하지만, 전체 시장의 공급 증가 속도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26년과 2027년 SK하이닉스의 주당순이익(EPS)도 기존 전망 대비 12%, 14%씩 낮춰 잡았다.
이번 목표가 하향은 씨티가 이달 7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5만 원에서 43만 원으로 상향한 지 불과 3주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당시 씨티는 SK하이닉스가 HBM 기술 경쟁에서 일정 기간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경쟁사 추격과 계약 지연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기존 전망을 뒤집었다.
시장에서는 씨티의 ‘오락가락’한 태도에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 증권사는 극단적으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는 터였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17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31만 원으로 제시하며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HBM 시장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18일 목표주가를 기존 36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상향했다. HBM 공급 과잉을 우려한 골드만삭스의 전망과 달리, BofA는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출시로 공급 부족 현상이 오히려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예측은 바뀔 수 있지만, 불과 3주도 되지 않아 목표가를 크게 조정한 것은 증권사의 분석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HBM처럼 불확실성이 큰 산업일수록 전망의 일관성과 근거의 명확성이 뒷받침돼야 시장의 판단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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