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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한국사람 안 받습네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기업인 향해 지나치게 배타적인 韓

北식당 종업원 태도와 다를 바 없어

中처럼 규제하되 자율경영 보장해야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퇴직연금 수령자인데도. 중국의 미래 발전에 희망을 거는 목소리도 느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 새 정부의 가장 커다란 고민은 성장 동력을 어떻게 발굴하고 유지하느냐다. 경제 통상 국가인 우리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배경에는 확실한 중국 눌러앉히기가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15% 수준에서 타결시켰다. 반면 미국은 우리와는 회담을 돌연 연기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의 친중 행보를 견제하는 의도도 있다는 견해다. 막 은퇴한 역사학자와 베이징·쑤저우를 여행하면서 우리의 길을 다시 되씹어보았다.

베이징의 길거리 표정은 국내에 팽배한 경기 침체론, 중진국 함정론과는 달리 그래도 밝았다. 베이징~상하이 구간 고속철을 탔다. 시간당 3~4편인데도 만석이었다. 시속 340㎞ 이상으로 내빼고 있었다. 과거 홍익회처럼 판매원들이 계속 뭔가 팔고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다. 취업난 해소의 일환으로 느껴졌다. 베이징~지난(산둥성 수도) 구간은 상하 각각 2차선씩 복선화도 이뤄졌다. 2020년 이미 근 4만 ㎞를 완성해 더 이상 고속철 수요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졌다. 이제 보니 복선화라는 영역이 아직 남아 있었다. 연 12%씩 증가, 지난해 말 총연장이 4만 8000㎞로 전 세계 연장의 75%를 차지할 정도다. 물론 일부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쑤저우는 박물관을 보기 위해 갔다. 세계적 중국계 건축가인 아이엠 페이(I. M. Pei)가 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조국에 헌정한 작품이다. 박물관 부근을 들어서면서부터 놀랐다. 인터넷을 통해 박물관의 엷은 베이지 색깔 이미지를 알고 있었다. 한 동(洞) 지역 전체가 쑤저우박물관 이미지 색깔로 칠해져 있었다. 택시기사는 “주민들이 박물관 이미지 색깔로 치장하는 경우 지역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해줬다”고 설명했다. 주민들도 정부가 개념화한 색깔 입히기에 동참하고 있다. 화교에 불과(?)한 미국인을 중국 정부와 주민은 극진하게 대우하고 있었다.



박물관 관람은 사전예약제였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다. 혹시나 싶어 지인에게 사전예약을 부탁했다. 65세 이상과 장애인은 사전예약 없이도 휠체어 제공, 우선 입장이 이뤄졌다. 괜히 사전예약을 했나. 엄청난 사람이 몰리고 있었다. 상하이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녁의 뒷골목 식당도 북적북적했다.

요즘 들어 부쩍 ‘중국을 배우자. 세계의 미래를 보려면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주류 언론에서조차 터져나오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홍콩 인근 지역인 선전에서는 전자화폐가 실험되고 있다. 수십 개가 넘는 자동차 회사들의 차세대 자동차 실험 경쟁, 재건축 등 각종 건축 공사로 분주한 많은 지역 등 국내 주요 언론 보도와는 딴판으로 보였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상반기 실질경제성장률 5.3%가 허구만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서비스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압박에도 성장률보다 빠른 수출 증가율(7.2%)도 한몫하고 있었다.

우리 업계는 새 정부가 중국처럼 큰 테두리를 쳐주고 그 안에서는 신나게 뛸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높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최저임금의 일률적(외국인 포함) 적용에 따른 생산성 저하, 중대재해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에 현장을 반영, 훨씬 신중해줬으면 한다. 베이징에서 유명 북한 식당을 들렀다. “한국 사람 안 받습네다.” 어찌 분간했는지 종업원이 나를 저지했다. 기업인을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북한 식당 종업원의 태도와 다름없다. 현 정부의 관심 의제들은 사실 기존 법으로도 운영의 묘만 살린다면 상당 부분 시정될 수 있다. 결국은 시장 의존, 비교우위 인정, 인센티브 부여, 규모의 경제 조성 등을 주축으로 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현 기업가를 포함해 주축 세대인 40~55세 인사들은 이전 주축 세대보다 경험도 많고 훨씬 영악하고 이성적이다. 이들을 안고 가는 이 대통령의 혜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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