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올해는 이상하게 얌전하다. 7월 말이 다 되어가는데도 야외에서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 같으면 "윙윙" 소리에 짜증을 내며 모기 퇴치제를 찾던 시기인데, 올해는 모기가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이다.
27일 서울시 '모기 예보'에 따르면 현재 모기 발생지수는 2단계인 '관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기 예보는 쾌적→관심→주의→불쾌 등 4단계로 구분되는데, 통상 7월 중순이면 '주의'나 '불쾌' 단계까지 올라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는 22일에야 간신히 '관심' 단계로 바뀌었을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모기활동지수다. 지수가 100이면 야외에서 밤에 10분만 서 있어도 5번 이상 물릴 수 있는 수준인데, 최근 주간 평균은 고작 41.7에 불과하다. 지난 7월 10일에는 아예 '0'을 기록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극단적인 날씨가 모기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분석한다. 6월 초부터 시작된 무더위가 7월 초 35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폭염으로 이어지면서,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15~30도 온도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모기가 알을 낳는데 필수적인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가 폭염으로 말라버리면서 번식지 자체가 사라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여기에 예년보다 짧고 집중적인 장마까지 겹치면서 모기가 선호하는 '주기적으로 내리는 비'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00까지 치솟았던 모기활동지수는 올해 6월 이후 줄곧 100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높았던 날도 6월 28일 77.2에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 모기의 집단 잠적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작년에도 여름철 폭염과 폭우로 모기가 줄었다가 9월 말부터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모기들이 한꺼번에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모기 없는 여름을 만끽하면서도 가을 대비는 미리 해두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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