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정한 전국 15곳의 신규 국가산업단지가 공익 개발이 아닌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신규 산단 지정 전후 6752건에 달하는 토지거래가 집중됐고, 이 중 상당수가 기획부동산 수법인 지분 쪼개기 형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거래는 윤 전 대통령이 산단 조성계획을 공식 발표한 2023년 3월 15일 직전까지 약 8개월간 집중됐다. 거래 총액은 약 12조7000억 원, 면적은 748만㎡에 달했다.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지역은 경기 용인으로, 남사읍과 이동읍에서 총 1630건이 거래됐다. 금액은 약 5684억 원으로 전국 최고치였다. 충남 천안(1550건)과 충북 청주(374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분거래 비중은 천안 44%, 용인 43%, 청주 37%로 집계됐다. 이는 산단 예정지 발표 전 사전정보 유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지분 쪼개기가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으로 악용되는 만큼 투기 행위가 용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낮은 땅을 허위로 홍보해 비싸게 파는 사기 수법이다.
환경 훼손 우려도 크다. 실제로 신규 산단의 전체 거래 중 그린벨트의 비율은 대전 유성 61%, 광주 광산 48%, 대구 달성 27%, 경남 창원 25%로 집계됐다. 이 지역 그린벨트는 지정면적 총 1536만㎡ 중 1258만㎡인 약 82%가 해제된다. 이 가운데 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1·2등급지가 절반 이상인 51%를 차지한다.
경실련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어 그린벨트를 훼손해 공급한 주택은 실수요자에게 부담만 가중했고 주변 집값 상승만 부추겼다”며 “산업단지 조성이나 주택공급을 명분으로 한 해제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전 가치가 높은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어떤 명분으로도 해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립하고 투기 규제와 토지이용 실태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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