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효소모방촉매보다 38배 이상 향상된 선택도를 구현하고 단 3분 만에 육안으로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 가천대학교 김문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과산화효소 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수행하면서도 높은 반응 효율을 유지하는 새로운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혈액, 소변, 타액 등 인체 유래 체액을 이용해 병원 밖에서도 수 분 내 판독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으로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치료의 시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장진단 기술의 핵심은 효소를 이용해 질병 진단 물질인 바이오마커를 색 변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알아낼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연 효소를 이용할 경우 가격이 높고 진단 환경에서 쉽게 불안정해져 보관 및 유통의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 소재‘효소 모방 촉매(nanozyme)’가 개발돼 왔으나 반응의 선택도가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과산화수소를 기질로 활용할 경우, 하나의 촉매가 동시에 과산화효소(색 변화 유도) 반응과 카탈레이스(반응 기질 제거) 반응을 함께 일으켜 진단 신호의 정확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촉매의 반응 선택성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하기 위해 촉매 중심 금속인 ‘루테늄(Ru)’에 금속과 결합해 화학적 성질을 조절하는‘염소(Cl) 리간드’를 3차원 방향으로 결합하는 ‘독창적 구조 설계 전략’을 활용해 정확한 진단 신호만을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기존 효소 모방 촉매 대비 38배 이상 향상됐고 과산화수소 농도에 따른 반응 민감도와 속도 또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생체 체액의 조건에 가까운 환경(pH 6.0)에서도 반응 선택성과 활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실제 진단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촉매에 산화효소를 담아 종이 센서에 적용함으로써 산화효소-효소모방촉매 연계 반응을 통해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에 해당하는 ‘포도당, 젖산(락테이트), 콜레스테롤, 콜린’ 등 4종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을 구현했다.
다양한 질병 진단에 범용 적용이 가능한 이 플랫폼은 별도의 pH 조절이나 복잡한 장비없이도 3분 이내에 색 변화를 통해 육안으로 결과를 판별할 수 있고 이 성과는 플랫폼 자체의 변경 없이, 촉매 구조 제어만으로도 진단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KAIST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일원자 촉매의 반응 선택성을 원자 구조 설계를 통해 제어함으로써 효소 수준의 선택성과 반응성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로 의의가 있다”며 “이러한 구조–기능 관계 기반의 촉매 설계 전략은 향후 다양한 금속 기반 촉매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고 선택성 제어가 중요한 다양한 반응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 박선혜 학생과 최대은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2025년 7월 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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