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 연장 여부를 가해자측의 보험사가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8주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은 29일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서울·강원권 궐기대회’에서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하위법령 개정안은 의료인의 진료권을 제약하고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심각한 의료권 침해이자 국민의 건강권을 구조적으로 흔드는 위협”이라며 이 같이 외쳤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금융정의연대, 보험이용자협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토부의 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달 10일 세종 국토교통부 앞,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한의사 회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모였다.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자동차사고 상해 등급 12~14등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의 경우 치료기간이 8주를 넘기면 보험사 측이 추가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한의사들은 이번 개정안을 대기업인 손해보험사와 그 하수인인 국토교통부의 ‘한의사 죽이기’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양의 치료에 만족하지 못해 한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이른바 ‘나이롱 환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본인의 당기순이익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있고, 국토교통부가 뒤에서 그것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도 "진단은 의료인이 판단해야 할 영역인데 보험사가 치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저 역시 교통사고 피해자로 6개월 넘게 치료를 받는 중인데 이 기준이면 저도 보험 재정을 파탄 내는 '나이롱 환자'가 된다"며 "정당하게 치료받아야 할 환자를 나이롱 환자로 몰아가는 악마의 프레임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이번 국토부의 개악안은 자동차 대인배상 피해자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손보사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불공정한 시도”라며 “보험이용자들이 직면한 중대한 문제와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깊은 우려와 함께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우 서울특별시한의사회장과 오명균 강원특별자치도한의사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삭발을 단행하고 서만선 대한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과 함께 대통령실에 자배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교통부가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의 합리적인 요구를 무시한 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계속해서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를 바로 잡을 때까지 공동 대응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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