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시장이 정체에 빠진 가운데 하이볼과 같은 즉석음용(RTD·Ready To Drink) 주류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맛으로 무장해 ‘맛있는 술’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29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RTD 주류 시장 규모는 2022년 358 억원에서 2023년 673억 원으로 87.9%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 1194억 원으로 77.4% 확대됐다. RTD 주류란 하이볼과 같이 재료를 섞는 주류를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제조한 것으로, 과일향이나 탄산 등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RTD 주류는 특히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대표적인 RTD 주류인 하이볼 매출은 2023년 553.7%, 지난해 315.2%, 올 상반기 159.2% 늘었다. GS25에서도 RTD 주류의 매출 증가율은 2023년 319.6%, 지난해 93.4%, 올 상반기 77.3%를 보였다.
빠른 성장세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맛’이 꼽힌다. GS25는 2023년 하이볼 상품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초기 2종이었던 상품 수를 40여 종으로 늘렸다. CU가 2023년 3월 출시한 ‘생과일 하이볼’은 지난해에만 15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CU가 올해 4월 가수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해 선보인 하이볼 시리즈 역시 약 3개월 만에 700만 캔 이상 팔렸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전체 주류에서 하이볼의 매출 비중이 11.3%로 맥주(52%)와 소주(20%)에 이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류 시장이 정체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전체 주류 시장의 규모는 34조 6573억 원으로 전년(33조 7489억 원) 대비 1.6% 성장에 그쳤다. 박상화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맛으로 구성된 RTD 주류 시장은 건강한 음주 문화와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따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2027년 2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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