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유치원에 ‘입학 시험’이 도입되고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한 반려견은 입학이 거부되는 사례가 나오며 ‘스카이개슬’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배우 채정안은 이달 10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반려견 유치원도 시험을 본다”며 “켄넬(반려견 이동가방) 안에 들어가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훈련사를 불러 과외를 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입시 경쟁을 다룬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빗대 '스카이개슬'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유치원마다 시험 항목은 조금씩 다르다. 공통적으로는 공격성 여부나 분리불안 증상 유무를 살펴보며, 일부 시설에서는 ‘앉아’, ‘기다려’ 등 기본 지시 수행 능력을 함께 본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애견 유치원은 총 4개 영역, 10문항으로 평가 기준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기본 동작을 점검하는 6문항, 타견과 어울리는 능력을 판단하는 1문항, 상황 해결력을 측정하는 1문항, 충동 제어력을 확인하는 1문항 등이 포함됐다.
앉기, 엎드리기, 눈 맞추기, 켄넬에 스스로 들어가기 등의 기본 훈련은 물론, 간식을 앞에 두고 기다릴 수 있는 참을성이나 타견과의 원활한 교류 능력도 요구된다. 총점 100점 중 60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등록이 불가하다.
경기도 김포의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6개 평가 항목을 바탕으로 등원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간 적응도, 타견과의 상호작용, 트레이너와의 반응 등이 포함돼 있다.
시험이 까다로워 탈락한 반려견 사연도 있다. 작년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우리 강아지는 ‘간식 기다려’를 2초밖에 못 해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고, (다른 집의) 웰시코기는 10초 해서 합격했다”며 “시츄가 다음 타자였는데 그 시츄는 말귀 못 알아들어서 탈락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해당 후기 작성자는 이어 “시츄 (주인) 아주머니가 ‘스카이개슬’이라고 하더라. 어이없고 웃기다”고 전했다.
입학 테스트 도입은 최근 빈발하는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비롯됐다.
작년 2월 대전에서는 애견 미용·호텔 업체에 맡겨진 반려견 '보스'(2세)가 다른 개의 공격으로 눈을 다쳐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2021년에는 몰티즈 ‘쿤자’가 유치원에서 대형견에 물려 뇌를 다친 사례도 있었다.
반려견 유치원 한 관계자는 28일 “반려견들이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준을 세운 것”이라며 "입학시험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 어떻게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반려견의 성향과 사회성에 필요한 어떤 시그널을 알고 있는지 등을 관찰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인식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서울시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5월 최근 2년간 유치원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 달간 유치원에 지출한 평균 비용은 25만 48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서울 소재 유치원을 다니는 자녀의 월 평균 교육비(약 22만 6491원)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광일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원장은 “반려견의 소통, 교감 능력을 중시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났고, 반려견 유치원도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을 넘어 펫 아로마, 마사지, 어질리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며 "반려 문화가 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단지 복종을 잘하는 강아지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돼있는 동시에 일정 수준 집중력을 가진 강아지로 키우려는 보호자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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