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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한서정의 솔직한 교육 이야기]

한서정 SY에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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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의 건강과 행복을 소망한다. 부모로서 자녀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양육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고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지원하는 촉진제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영유아기와 아동기에 있어서 무엇을 지원해야 할까. 자녀의 행복을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상아 교수의 아동기 뇌 건강에 관한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감정과 인지를 뇌의 서로 다른 기능으로 오해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뇌의 생물학적 기원을 살펴보면, 감정은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게 돕는 진화적 메커니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환경 속에서 위협적이거나 보상적인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면, 더 빠르고 적절한 반응이 가능하다. 반면, 감정적으로 눈에 띄는 정보에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현재 수행 중인 과제에 필요한 정보를 놓치거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감정과 인지는 별개의 기능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은 아동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한다. 특히 주의 조절과 감정 조절 능력이 균형 있게 발달하지 않을 경우, 우울, 불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건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아동기부터 이러한 위험 요소를 조기에 평가하고 개입하는 것이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아동 친화적인 도구가 아직 충분치 않다. 정서와 인지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이 교수 연구팀은 4세부터 10세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감정 처리와 인지 조절 기능의 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형 과제를 개발하였다. 아동의 정신건강 상태는 자가보고식으로 CES-DC(아동 우울 척도)와 STAI-CH(아동 상태 불안 척도)를 활용해 평가했으며, ADHD 위험도는 부모 보고에 기반한 K-ARS 척도를 사용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아동이 과제를 수행하며 생성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주의력 △선택적 억제력 △감정 민감성 등 세 가지 인지 지표를 도출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주의력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지만, 감정과 주의 간의 상호작용은 연령에 따른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신건강 지표와 인지 수행 간의 관련성도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우울하거나 불안 수준이 높은 아동은 감정 자극에 대한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반응 시간은 길어지고 정확도는 낮아졌다. ADHD 경향이 높은 아동은 모든 과제에서 정확도가 낮았으며, 이는 충동성이 높아 감정 자극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감정과 인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아동 친화적인 디지털 도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평가 방식으로는 놓치기 쉬운 감정–인지 상호작용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문제가 발생한 뒤의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기 개입이다. 감정과 인지를 분리된 기능이 아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통합적 체계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이들의 뇌와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감정과 인지 발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정밀한 평가는, 아동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아동의 전인적인 발달을 위해서는 사회적, 정서적 발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기의 정신건강은 단지 그 시기의 정서적 안녕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정신건강뿐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생활이나 교육 환경 속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인지적 능력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영유아기와 아동기는 사회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4세부터 10세까지의 시기는 급격한 감정적, 인지적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해당한다. 자녀의 조화로운 발달을 원한다면, 감정과 인지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에 미리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감정과 인지 발달이 조화로운 아이는, 튼튼한 마음과 균형 있는 성장 속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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