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 미국 법인 매각에 나선 가운데 유력한 인수 후보로 키움증권(039490)이 급부상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사업 확장을 위해 법인 설립과 인수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토스증권, 메리츠증권 등 리테일 분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해외 법인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신한투자증권의 미국 법인 인수를 통해 개인투자자 유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미국 법인 인수 의사를 주요 증권사에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력 후보자로 키움증권이 떠오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미국 법인은 현지 주식을 중개할 수 있는 브로커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현지 법인을 인수할 경우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미국 주식 매매를 직접 중개할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키움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지만 같은 가격이면 한국 회사가 관리 차원에서 유리한 점이 크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이 유력 후보자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현지 법인 설립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브로커 라이선스의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당국에서 라이선스 인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 상황이다. 직접 법인을 설립해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전략으로 가게 되면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키움증권의 미국 시장 진출 목표 시기는 내년 상반기다. 해외 주식 위탁 매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8월 미국 현지법인으로 자회사 토스증권 아메리카(TSA)와 손자회사 TSAF(TSA Financial LLC)를 설립한 바 있다. 토스증권은 연내 브로커 라이선스를 취득할 계획이다.
여기에 메리츠증권도 최근 수수료 무료 정책을 피면서 해외 법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심화로 키움증권의 해외 주식 매매 수수료는 지난해 4분기 794억 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 674억 원, 2분기 716억 원을 올리면서 상승세가 소폭 꺾였다.
증권사들이 현지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상황에서 라이선스를 보유한 신한투자증권의 미국 법인은 증권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신한투자증권은 6월 중국 상하이 사무소 운영을 종료하면서 1993년 설립한 뉴욕 현지 법인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정리 방안을 지난달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가 신한투자증권 미국 법인 매각 가격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벨로시티는 청산·결제 서비스, 주식대차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한화생명의 인수 가격은 약 25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측은 “미국 법인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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