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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죽겠다' 연락 받아…주 72시간 노동이 기본"

장성락 작가 3주기 됐지만

고강도 노동 현장은 그대로

주6일 12시간 노동이 '디폴트'

"암 투병·과로사 비일비재"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웹툰 잡 페스타'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들로부터 ‘자살하겠다’는 연락을 매달 한 통씩은 꼭 받아요. 돌연사하거나 암에 걸려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소리소문없이 묻힙니다.”

31일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달 23일은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장성락 작가의 3주기였다. 고인이 불과 37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요절하면서 업계에 만연한 고강도 노동환경에 대한 논란이 확산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웹툰상생협의체’를 꾸리고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3년이 지난 현재도 무한 노동의 굴레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표준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여전히 하루 12시간씩 6일 일하는 게 기본인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웹툰 업계에서 안타까운 소식과 사건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장 작가가 사망한 해에 카카오페이지 웹툰 ‘록사나’ 작화가는 과로로 유산한 직후에도 계속 작업한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웹툰 ‘열무와 알’의 유영 작가가 수면 중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마감 압박 속 표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네이버웹툰 간판 스포츠 만화 중 하나였던 ‘윈드브레이커’ 조용석 작가는 최근 그림 베끼기(트레이싱) 의혹을 인정하고 연재를 중단하면서 “긴 세월 동안 매주 마감에 쫓기는 삶을 이어오다 보니 그 조급한 마음이 창작자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과로가 근절되지 않는 건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절대적인 작업량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매주 연재당 최소 65~70컷을 내야 하는데이는 보조작가를 둬도 일주일 내 소화하기 어려운 분량이다. 콘티부터 후보정까지 최소 7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각 작업마다 최소 2~30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이다. 신인작가의 경우 이 모든 작업을 끝내고 회차당 받는 금액은 50만원 안팎에 그친다. 하 위원장은 “최근엔 경기 악화로 산업이 위축되며 비교적 잘 나가는 작가들마저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며 “거대 플랫폼과 직고용한 한 작가는 보조작가 월급, 월세 등을 다 내고 나면 50만 원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작가들은 일주일 중 5.9일을 창작 활동에 썼고, 창작하는 날에는 평균 10.1시간을 일했다. 각각 5.8일, 9.5시간이었던 전년보다 지표가 모두 후퇴했다. 반면 수익은 저조하다. 2023년 내내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의 연수익 중위값은 3800만 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우리 국민의 4인 가족 기준 월 가구소득 중위값은 540만 원, 연소득 환산 시 6480만원이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웹툰상생협의체’에서 체결한 협약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안 8종을 발표했다. 연재 50회당 2회 휴재권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에 노조 측은 협약 내용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지난 4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단체교섭을 신청했으나 회사 측에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절한 상태다. 김효신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역시 특수고용직인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실제로 교섭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시 사용자 범위가 원청까지 확대되는 만큼 교섭을 요구할 근거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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