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직원용 반찬을 여러 차례 챙긴 60대 여성이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법원이 반찬 중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로 판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현우 부장판사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6세 여성 A씨에게 1심 벌금 30만원을 파기하고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부 혐의는 증명됐지만, 나머지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23년 5월부터 한 달간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야간조리 보조로 일하며 고등어구이, 잡채, 삶은 달걀, 삼겹살볶음, 다대기 등 반찬을 가방에 담아 수차례 반출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식당 측은 "직원 식사용이 아닌 재료를 무단 반출했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직원 식사용 반찬이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과 직원들 진술, 거래명세서를 바탕으로 A씨가 고등어구이 등 일부 반찬을 절취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김치, 국물류 등 일부 항목은 목격자 진술이 불명확하거나 영상 증거가 없어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고등어구이 절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고등어는 직접 구매했고, 만두와 간장 등은 지인이 제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상에 찍힌 고등어와 만두 포장 형태는 피해자 식당의 재료와 동일하며, 제출한 영수증도 실제 구입을 입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콩자반, 깻잎, 마늘, 돼지고기 등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날짜가 맞지 않거나, 진술이 모순되는 등 객관적 근거 부족"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유죄로 인정된 물품은 삶은 달걀 5~6개, 고등어, 완자전 반죽, 다대기류 등 총 3회 분량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일부 무죄가 인정돼 양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벌금 액수를 낮췄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동종 전과가 없으며 피해 규모도 크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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