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더 센’ 상법 개정안, 방송3법 등 쟁점 법안들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토론 요구조차 묵살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이달 4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이 법안들을 8월 임시국회에 재상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날 법인세율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등 ‘대기업·대주주 증세’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코스피 5000’ 공약에 역행한다는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이날 코스피는 3.88% 폭락했다.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시행되면 외국인의 한국 시장 외면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업체와 하청 노조 간의 직접 교섭을 허용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서도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했다. 또 노동쟁의 대상에 사업장 해외 이전 등도 포함시켜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것과 모순된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1차 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았다. 기업들이 파업·소송 등으로 시달리게 되면 대규모 투자와 신성장 동력 발굴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아니라 국정에 책임을 지는 집권당이다. 이런데도 민주당 대표를 뽑는 8·2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야당 의원 45명 제명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며 대야 강경 투쟁을 재확인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반복되면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뤄지게 된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는 노동계나 강성 지지층만 의식하지 말고 대화와 토론을 통한 숙의 정치라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을 되새겨야 한다. 노란봉투법 같은 쟁점 법안은 노사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경청한 뒤 이해관계자들과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처리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적 시장주의를 통한 지속 성장’과 ‘협치와 통합의 정치’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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