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쇄신의 출발점은 제대로 잘 싸우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죠. 단일대오로 전열을 가다듬을 중차대한 시기에 내부 총질을 일삼는 이들과는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장동혁 의원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것은 결국 당이 하나로 뭉쳐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내 대표적인 대여(對與) 투사로 떠오른 장 의원은 ‘잘 싸우는 정당’을 기치로 내걸며 지도부에 입성한 뒤 첫 과제로 당 기강 확립을 제시했다.
장 의원은 “당론을 어기면서 당을 멋대로 흔들어도 통합과 화합만 강조해온 유화책이 결국 국민의힘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짚었다. 특히 당권 경쟁자이자 탄핵 찬성파(찬탄파)로 분류되는 조경태·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당론보다 자기 소신이 우선이라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며 “그들이 극우라고 부르는 내가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대표가 된다면 더 이상 극우 정당에 남지 말고 과감하게 나가 주시라”고 꼬집었다.
지도부 구성 시 지역·계파를 아우른 ‘기계적 탕평 인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절대소수 야당으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오직 능력만 보겠다는 의지다. 장 의원은 “민주당의 어떤 프레임에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 돌파할 것”이라며 “당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할 상황인데, 탕평이라는 명분으로 싸울 줄도 모르는 이들과 함께할 여유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아래는 장동혁 의원과의 일문일답
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셨나.
국민의힘이 지금 바뀌지 않으면 다음은 없을 수 있겠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다른 후보들도 나름의 혁신 방안을 갖고 있겠지만, 정통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특검이나 여당의 공격을 정면 돌파하며 성과를 만들어낼 적임자는 저 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에서 돌아선 까닭은?
탄핵 찬반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다. 비상계엄 이후 첫 의원총회에서 나는 “탄핵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고, 최고위원직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해 계엄을 해제했지만, 탄핵에 대해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완전한 반대 입장에 있었다. 반대가 당론이었던 탄핵을 막지 못한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사퇴를 선택했다. 당시 최고위원들 중 사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사람도 저 뿐이었다.
과거로 돌아가도 비상계엄 표결에 참석할 것인가.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한 것부터 광장에 나가서 싸웠던 것까지 그 어떤 선택도 다시 돌아간다고 달라질 건 없다.
일각에서는 극우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짓만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갔을 때도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이번 당 대표 선거에도 나오지 못했을 거다. 나를 극우라고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되면 그들 주장대로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이 되는 건가. 그때가 되면 안철수든 조경태든 당론보다 자기 소신이 우선인 분들은 극우세력과 함께하지 말고 당을 떠나 주시라. 과감하게 당을 나가신다면 당신들을 새롭게 평가하고 박수라도 쳐주겠다.
최근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입당을 놓고 당내 논쟁이 이어졌다.
전 씨의 입당을 왜 막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 당원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어쩌면 당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 당을 굳건히 지켜준 분들이기도 한데, 당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한다는 것이 합당한가. 이를테면 김어준 씨가 중도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멀리하나. 오히려 유튜브 방송에 나가려고 줄을 서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김 씨가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게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부정선거·윤 어게인 등 여러 주장에 대해 우리 당이 공식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달라는 그 정신은 같이 끌고 가겠다고 얘기를 할 수 있다. 불편한 이슈라고 당원들의 입을 막는다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갈 수 없지만 당원들은 국민의힘을 끝까지 지켜 달라’고 할 건가. 중요한 건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말이 바뀌는 게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거다.
당이 지나치게 영남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 등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다만 그것이 전통적인 지지층인 영남 당원들을 배척하며 상처를 주면서까지 할 건 아니다. 청년층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시하면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지, 영남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조기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탄핵에 반대한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었다. 그런 식으로 중도의 마음을 얻으려고 우리 당을 지켜왔던 분들을 모욕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결국 우리 당원들에 무게 중심을 두고 나머지 중도를 바라봐야 한다. 선거에서 자꾸 진다고 지지층을 버려서는 안 된다.
당내 혁신안이 번번이 좌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진정한 혁신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당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혁신안을 낸다면, 지도부를 포함해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논란만 불러오고 당원들에게는 비판만 받는 혁신안을 내밀었기 때문에 좌초된 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윤희숙 혁신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선에서 패배했으니 사과를 하자고 한다. 두 번째로 탄핵 반대 당론이 잘못됐으니 그걸 뒤집자며 반탄파(탄핵 반대파)는 모두 혁신 대상이라고 한다. 당시 탄핵 반대 당론에 따라 그 겨울에 관저 앞에 가서 공수처 수사는 적법하지 않다고 외친 사람들이 청산 대상이라면, 거기에 공감하고 같이 싸운 당원들도 혁신 대상인가. 그러니까 대선 때 41%의 표로 힘을 모아주셨던 지지자들마저 마음이 떠나는 것이다.
후보가 생각하는 혁신안은?
일반적으로 당의 혁신이 언급되는 건 선거를 패배했을 때다. 정당의 역할을 선거에 승리해서 정권을 가져오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해 국민의 삶을 보살피기 위함이다. 선거에서 매번 지니 당원들이 먼저 ‘우리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결국 혁신과 쇄신의 출발점은 제대로 잘 싸우는 정당을 만드는 데 있다. 22대 총선 때 시스템 공천을 얘기했지만, 평가할 자료가 충분치 않아 반쪽짜리에 그쳤다. 이제는 제대로 싸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싸우지 않는 분들은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 빈자리는 전투 의지를 지닌 인재를 발굴해서 육성을 거쳐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기득권 인사들에게만 기회가 쏠리지 않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야 상향식 공천이 성공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잘 싸울 수 있나.
우선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여의도연구원을 혁신하든, 별개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공격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이재명 정부와 여당을 비판할 게 아니라 우리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정통 보수의 가치를 담은 정책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의도연구원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인력 구성이나 예산 등 측면에서 현실적 한계가 있는데, 지도부가 꾸려지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개혁 방안을 고민할 예정이다.
인적 쇄신도 계획하고 있는가.
3루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희생플라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큰 폭의 인적 쇄신은 총선을 앞두고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의원들이 열심히 싸우도록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 다만 단일대오로 뭉쳐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또다시 내부 총질을 일삼는다면 총선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가 왜 선거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했느냐면, 소수 몇 명이 당론을 어기고 당을 위기에 빠트려도 통합과 화합만 강조하며 어떤 조치 없이 묵인해 와서 당의 전열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매번 의원총회에서 당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정작 상임위원장과 본회의장에서는 민주당과 싸우는 일이 없다. 이렇듯 화학적 결합을 방해하는 내부 총질에 대해서는 정리하고 가야 된다.
당내 통합을 위한 지도부 내 탕평 인사를 고려하고 있나.
당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하지, 기계적 탕평은 중요치 않다. 실질적인 전사들로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다. 나는 민주당이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던지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괜한 탕평 인사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내부 갈등만 유지한다면, 지역·계파 안배가 뭐가 중요하겠나.
당 5역에 인재영입위원장을 포함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재영입을 매번 선거 직전에 해왔는데, 보수정당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사회적 명망이 있다고 모셔다가 공천을 주면 제대로 싸울 수 있겠나. 미리미리 인재를 발굴해서 교육시키고 여러 당직을 맡겨 ‘보수정당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분들이 공천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재영입위를 상설화하고 위원장이 큰 권한을 가져야 한다.
특검 수사의 칼날이 당을 향하고 있다.
특검 수사의 문제점을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되 여론전 이외에도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무리한 영장과 수사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법률지원팀도 만들고, 여기에 전념할 수 있는 변호인을 선임해서 수사선상에 오른 분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지난 총선 당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공약하셨다.
지금도 완전 이전이 맞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전에 관습헌법을 들먹이며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이라고 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지금은 유지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의 균형 발전과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해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그 공약에 200% 공감한다. 이 대통령이 약속만 지킨다면 개헌도 필요 없다는 게 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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