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폭우가 집중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수도권에는 3~4㎜가량의 비교적 적은 비만 내렸다. 찬 공기가 예상보다 남쪽에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기상청은 5일 오전까지 경기 남부와 북동부 지역에 최고 150㎜ 이상, 서울과 인천에도 최대 120㎜가 넘는 강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는 호우 예비특보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예비특보는 실제 특보 발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사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기상청이 미리 내리는 조치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이 아닌 전남과 경남 등 남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다. 전남 무안군에서는 누적 강수량이 289㎜에 달했고, 전북 군산은 240㎜, 경남 합천은 212㎜, 광주 북부 역시 197㎜에 이르렀다. 무안공항이 위치한 무안군 망운면의 자동기상관측장비에는 시간당 142.1㎜에 달하는 폭우가 기록되기도 했다.
반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은 경기 안성으로, 총 34.5㎜의 비가 관측됐다. 서울에는 밤사이 3.2㎜ 수준의 약한 비만 떨어졌다.
이는 이번 집중호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충돌하면서 형성된 비구름대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반된 성질의 두 공기덩이가 서로 맞서면서 경계 지점에서 강한 비가 발생하게 되는데, 찬 공기가 예상보다 남쪽으로 치우치면서 강한 강수 역시 중부가 아닌 남부 지방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수도권기상청은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가 빠르게 남하하면서 비구름대가 수도권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 4일 오전 2시를 기점으로 수도권 지역에 발효됐던 호우 예비특보를 모두 해제했다. 더불어 강수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경기 동부는 1050㎜, 서울과 인천은 530㎜ 수준으로 수정됐다.
다만 기상청은 오는 수요일 새벽부터 밤사이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다시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는 벼락과 돌풍을 동반하며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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