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방 방위산업체를 대상으로 희귀 금속과 광물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희토류 수출 일부를 재개했지만 방위 목적으로 사용되는 희귀 금속과 광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출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흑연 등 민간·군수 이중용도 광물에 대해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들 품목을 미군 혹은 군사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제한했다.
중국의 제한조치에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WSJ은 일부 품목 가격이 해당 조치 이전보다 5배 이상 상승했으며 전투기 엔진용 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희토류 사마륨의 경우 표준 가격의 60배에 달하는 공급 제안을 받은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 방산 대기업 레오나르도의 미국 자회사인 레오나르도 DRS의 최고경영자(CEO) 빌 린은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게르마늄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 재고’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적시 제품 배송을 유지하려면 올해 하반기에 재료 공급이 개선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미사일과 다른 장비에서 사용하는 적외선 센서를 만드는 데 게르마늄을 쓰고 있다.
드론 제조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부분 소규모 스타트업인 드론 업체들은 희토류 자석과 희귀 금속 재고를 많이 확보해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산업협회 다크 하드위크 국제담당 부회장은 “우리는 매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우리 기업들도 매일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말했다.
국방 소프트웨어 기업 고비니(Govini)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무기 시스템에 사용되는 8만 개 이상의 부품이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광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심 공급망 대부분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중국 공급업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광물에 대한 사용처를 확인하는 요구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드론용 추진 모터를 제조하는 미국의 이프로펠드(ePropelled)는 자석을 공급하는 중국업체에 중국 정부 양식을 받았는데 이 양식은 제품 도면과 사진, 구매자 목록, 군사 용도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산 광물을 공급해온 한 서방 기업은 “최근 민간용 자석 수입은 대체로 승인된 반면 방위 및 항공우주 분야의 수입 요청은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