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며 택배 수요 급증에 따른 택배기사들의 과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8월 14일이 ‘택배 쉬는 날’로 지정됐다. 무더위에 무리하게 택배 배달을 하느라 택배기사들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년 간 ‘택배 쉬는 날’을 시행하면서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못지 않게 생존권, 나아가 소비자들의 편익 문제가 복합적으로 이슈화되며 과연 이 날이 꼭 필요한지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택배기사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소비자들의 편익도 극대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최근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대미(對美) 수출국들의 피해가 집중 조명되고 있으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의 소비자와 산업계인 것처럼 택배와 관련된 정책을 논의할 때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 소비자와 산업계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우수하고 다양한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으나 이를 역행하는 관세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택배산업 생태계는 과당 경쟁과 소비자의 요구 증가로 인해 주 7일 배송이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막기 위한 휴식권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휴무일을 정하는 것은 결국 배송물량이 쌓여서 휴무일 이후 무리한 과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명분이 좋다고 해도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접근할 경우 택배기사들의 건강 악화와 안전사고 우려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에 대한 휴식권 보장은 택배 회사들의 인력 충원과 대체인력 투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자명하다. 물론 택배사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건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다. 또한 택배사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와 관련 산업 생태계에 보다 질 높은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택배산업 생태계가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택배 쉬는 날’을 지속한다면 생각하지 못한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유념해 소비자가 참여하는 심도 있는 토의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택배 쉬는 날’은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연 것으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 연간 60억 건의 택배가 오가는 시대에 택배 없는 삶이란 많은 소비자와 산업계에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연간 하루를 ‘택배 쉬는 날’로 지정한다고 무엇이 바뀌겠는가. 택배기사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장의 자율성 제고와 택배사 간의 경쟁을 통한 선순환 고리를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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