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패배에 이어 미일 관세 협상을 둘러싼 논란 등 잇따른 악재에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오후 참의원 선거 결과 평가와 향후 당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양원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핵심 의제는 이시바 총리의 거취 문제다. 지난달 28일 열린 양원 의원 간담회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격론이 벌어질 만큼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이날 총회에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두 시간 만에 끝났다.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지난달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참패에 자민당 내 옛 아베파와 옛 모테기파, 아소파 등 파벌 세력들은 책임을 물어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 취임 후 당이 중의원 선거, 도쿄도의회 선거, 그리고 이번 참의원 선거까지 굵직한 선거에서 세 번 연속 패배했다며 ‘이시바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시바 총리 측은 “정치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유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이날 총회에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도 “일본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가겠다”며 연임 의사를 재확인했다.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는 ‘총재의 임기 만료 전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도도부현지부연합회 대표 총수의 과반 요구가 있으면 임기 만료 전 총재 선거를 다시 실시할 수 있다’는 자민당 당규 6조 4항, 일명 ‘리콜 규정’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시바 총리가 유일한 성과로 내세우던 미일 관세 협상이 외려 역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15%라고 설명한 관세율을 미국이 ‘기존 관세+15%’라고 대통령령으로 발표하자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재생상이 미국에 급파돼 수정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이후 미국 측 파트너들과 잇따라 만난 뒤 “미국이 대통령령을 적시에 수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고, 일본의 대미 투자금 5500억 달러의 용처와 미국의 권한 범위 등을 둘러싼 해석 차이도 남아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문서를 만들지 않고 온 부작용이 지금 폭발하고 있다”며 “불신임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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