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의 발언 직후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목표로 한 군사작전 첫 단계를 승인하면서 이스라엘군의 진격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미국은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무장 해제 협상안을 제시하며 ‘저항의 축’ 압박에 힘을 보태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날 새벽 가자지구 북부 도심 지역인 가자시티를 완전히 점령하는 군사작전의 첫 단계를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5개 사단, 5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5개월에 걸쳐 가자시티를 완전 점령하고 주민 100만 명을 이주시키는 것이 골자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 일부 당국자가 남은 인질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과 가자지구 주민의 인명 피해, 이스라엘 군인 중에서도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점령 대신 휴전 합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99명이 사망했고 7월에는 6세 미만 어린이 약 1만 2000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도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인질 석방과 종전을 촉구했다. 페페 알랄루 전 예루살렘 부시장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며 “이스라엘은 도덕적 나침반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결정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한 직후 나온 조치다. 네타냐후는 7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전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의향”이라며 “우리는 하마스의 끔찍한 공포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고, 가자 주민들을 해방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점령을 원한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육성을 통해 공식적으로 가자지구 점령을 천명한 것은 이스라엘 일각의 반대에도 가자지구 장악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방관하면서 사실상 승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레바논 헤즈볼라와 무장해제 협상을 추진하며 저항의 축에 대한 공동 압박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는 레바논 각료 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이 레바논에 올해 말까지 헤즈볼라를 무장해제하는 대신 레바논 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종료하는 방식의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레바논 정부가 15일 내에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에 대한 약속을 법령으로 발표하고 이스라엘도 남부 레바논에 보유한 진지에서 철수를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레바논의 재건을 지원하고 레바논 경제 부흥을 위한 경제 회의를 조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레바논이 이러한 협상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폴 모르코스 레바논 정보장관은 각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계획에 대해 전체 내용을 논의하지는 않았고 미국이 제안한 목표만 논의하고 승인했다”며 선을 그었다. 헤즈볼라의 기반인 시아파 세력도 무장해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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