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수급을 미중 협상의 지렛대로 휘두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아 ‘제2의 희토류’가 될 수 있는 광물이 30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 결과를 인용해 원소 118종 가운데 적어도 30종은 중국의 생산량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원소 118종 중 국가별 점유율을 파악할 수 있는 원소는 65종이었다. 이 중 희소 금속 33종을 포함한 36종은 한 국가가 지난해 생산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했다. 중국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원소는 30종이었으며 액정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인듐과 위장약 원료가 되는 비스무트의 경우 중국 점유율이 70%를 넘었다.
중국 외에도 철강 내열성을 높이는 데 쓰이는 나이오븀(니오븀)은 브라질이 생산량의 91%를 차지하고 있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아이오딘은 칠레가 67%를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니켈의 약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니켈 광물 수출을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항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과 일본 일부 자동차 업체가 제조를 중단한 사례를 언급하고 "중국 정부는 생산을 좌지우지하는 금속과 광물을 정치적 흥정 재료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이외 나라에서도 특정 원소를 규제하는 동향이 있다면서 "원소를 정치적 거래에 이용하는 움직임이 세계에서 확산하면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일본이 희소 금속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해저 자원 개발과 도시 광산 활용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가사와라 제도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내년 1월 시범적으로 디스프로슘과 가드올리늄 채굴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일본 내각부의 ‘전략적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국산 자원 개발을 위한 조치다. 일본은 탐사선 ‘지큐’를 사용해 해저 5500m에 있는 희토류를 포함한 진흙을 회수, 디스프로슘이나 원자로 제어재로 사용되는 가돌릴늄 등을 추출한다는 목표다. 시험 채굴이 끝난 후에는 2027년 대규모 굴착에 착수해 하루 350톤의 진흙을 퍼올릴 계획이다. 다만 해저에서 퍼낸 진흙을 육지까지 운송해야 하는데다 진흙에서 희토류를 분리할 정제 기술도 필요하기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시 광산은 폐기된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것을 뜻한다. 닛케이는 “2030년부터 대량의 전기차가 수명을 다해 폐차될 예정”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와 구동용 모터에 사용하는 자석에서 희귀 원소를 추출하는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 광산 사업에는 기업과 대학 등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 스미토모금속광업은 2026년 6월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상용 플랜트를 완공할 예정이다. 닛산자동차와 와세다대학은 하이브리드차(HV)나 전기차 모터에서 네오디뮴 등을 추출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 전후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에쓰화학공업은 도요타자동차와 협력헤 HV 모터에서 추출한 자원을 재이용하는 노력을 실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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